미국 맨해튼 변호사인 저자는 문득 궁금해진다. “난 정말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까.” 사회에선 잘나가지만 집에는 자기 자리가 없는 남편. 가족과 저녁식사란 일주일에 한 번 될까 말까. 언젠가부터 아내와 아이들은 자신의 부재를 당연시하고. 신혼 땐 이렇지 않았는데. 아내는 자신이 만들어 준 요리를 참 좋아했는데.
대부분의 가장이 할 만한 고민에 빠진 저자. 보통은 가족을 부양하려면 할 수 없다는 자위로 끝나지만 저자는 다른 결심을 한다. “일주일에 5번 이상 가족과 저녁을 먹자. 그중 반은 내가 요리하자.” 그 1년의 기록이 바로 ‘아빠와 함께 저녁 프로젝트’다.
이 어마어마한 프로젝트에는 대가가 따랐다. 재택근무에서 사직으로 이어지며 수입의 50%가 감소했다. 그래도 저자는 좋았다. “아내가 좋아하겠지. 아이들은 아빠가 해 준 밥을 얼마나 고마워할까.”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아이들은 아빠의 요리를 싫어했다. 아내는 집에 있는 남편을 부담스러워했다. 섭섭하고 억울하고. 그때 문득 저자는 자신을 되돌아본다. 그들은 그냥 그대로였을 뿐이다. 내가 변했으니 그들도 변하겠지 하고 그는 가족에게 ‘화목한 가정’을 강요하고 있었다.
프로젝트는 종내 성공한다. 하지만 그건 저자가 처음 꿈꾼 화목과는 다른 의미의 성공이다. 그저 액자 속 그림 같은 평화가 아닌, 우당탕거리지만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그것. 다 안다고 믿지만 정말 모르는 게 가족임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차린 아빠의 최고 요리는 그걸 인정하는 출발에 있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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