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 ‘능소화’로 널리 이름을 알린 조두진(41) 씨가 새 장편 ‘유이화’를 선보였다. 조 씨는 우리 역사 속 평범한 사람들의 사연을 이야기하는 데 골몰해 온 작가다. ‘유이화’도 이런 작업의 산물이다. 소설은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하되 필부필부의 사랑과 가족애를 그렸다.
진주에 사는 안철영은 나라를 위한 충정에, 고열에 시달리는 아들 편윤이를 두고 왜군과의 전투에 참가한다. 아들은 결국 세상을 떠나고 남겨진 아내 유이화는 남편이 오길 기다리다가 포로가 되어 일본에 끌려간다. 남편도 일본군의 포로가 됐지만 서로 생사를 모르는 상황.
작가는 두 조선인 부부가 이국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대비해 보여 준다. 남편은 임금의 제삿날이면 조선이 있는 북쪽을 향해 절을 하는, 조선인임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러나 아내는 일본 병사와 결혼해 일본 이름을 얻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살아간다. 아내와 극적으로 해후한 안철영은 아내와 함께 고국에 돌아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지만, 유이화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아이들이 어미를 기다리며 살도록 하지 않는 것이다. 편윤이가 아버지를 기다리다가 죽어간 것과 같은 일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작가는 ‘나라의 위태로움’과 ‘가족의 위태로움’의 문제를 던져놓고, 서로 다른 것을 택한 한 부부를 보여 준다. “의지와 무관하게 낯선 땅으로 떠나야 했던 사람, 돌아오고 싶지만 돌아올 수 없었던 사람, 여전히 타향을 떠도는 사람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면서, 작가는 사적인 소중함을 무시했던 공적 의식이 과연 전적으로 지지를 받을 만한 것이냐고 묻는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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