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파리의 카페는 따뜻했고 런던의 미술은 치열했다

  • 입력 2008년 2월 16일 02시 57분


◇카페를 사랑한 그들/크리스토프 르페뷔르 지음·강주헌 옮김/215쪽·1만3000원·효형출판

◇런던미술수업/최선희 지음/391쪽·1만7000원·아트북스

19세기 수많은 예술가를 사로잡았던 파리의 카페, 20세기 후반 이후 세계 미술계의 한 축을 형성해 온 런던의 미술계.

지금도 카페의 향기가 흐르고, 새로운 미술을 향한 작가들의 도전이 쉼 없이 이뤄지는 파리와 런던. 그곳의 예술과 낭만을 책으로 만나는 것은 행복한 경험이다.

1880년대 반 고흐는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썼다.

“오늘은 내가 묵고 있는 카페의 내부를 그려 볼 생각이다. 불이 밝혀진 저녁의 모습을. 제목은 ‘밤의 카페’가 적당하겠지. 밤새 문을 열어 두는 이 카페에 많은 사람이 드나들고 있다. 밤을 배회하는 사람들은 밤이슬을 피할 돈이 없을 때, 너무나 취해 다른 곳에서 문전박대를 받을 때 이곳에서 안식처를 찾는다.”

고흐가 그랬던 것처럼 파리의 예술가들에게 카페는 영감의 원천이었다. 7년 동안 파리를 여행했던 헤밍웨이도 카페를 즐겨 찾지 않았던가.

마네, 드가, 르누아르 같은 화가들은 파리 몽마르트르의 카페를 좋아했고 모딜리아니, 피카소, 밀레는 몽파르나스의 카페를 즐겨 찾았다.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서재였던 파리 생제르맹 거리의 ‘카페 드 플로르’엔 지금도 주말이 되면 내로라하는 지식인들이 모여 철학을 논한다.

‘카페를 사랑한 그들’은 파리의 카페와 거기 남아 있는 역사와 예술과 낭만의 향취를 담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의 특징은 8개 키워드로 나눠 카페를 들여다보았다는 점. 그 키워드는 오아시스, 휴식, 행복, 여자, 도박 등이다.

카페는 예술과 철학적 사유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 다양한 면모가 감춰져 있기도 하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카페는 오아시스이고, ‘놀기’ 좋아하는 사람에게 카페는 적당한 환락과 퇴폐의 공간이다.

고흐의 ‘밤의 카페’엔 당구대가 나온다. 당시 카페에선 당구와 도박 열기가 대단했다. 도박을 하는 남편을 위해 다른 사람의 패를 보고 몰래 남편에게 알려주다 들통이 나 난투극이 벌어지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이렇게 주제별로 나누어 카페를 여행하다 보니 카페의 역사적 문화적 특징이 좀 더 흥미롭게 드러난다. 이 책의 매력이다.

19세기 파리의 카페가 철학적이면서도 탐미적이었다면 지금 런던의 미술은 치열하면서도 냉정하다. 돈이 되는 미술을 놓고 작가, 경매회사, 갤러리 등의 경쟁이 뜨겁게 전개되기 때문이다.

‘런던미술수업’은 런던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미술 이야기다. 항공사 승무원을 그만두고 런던으로 건너가 경매학교 경매회사를 거쳐 큐레이터와 아트 컨설턴트로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을 사실적이고 역동적으로 소개해 놓았다.

런던의 경매장과 갤러리 이야기, 힘들었지만 성실과 인내로 견뎌 낸 경매사 훈련 과정, 데이미언 허스트와 같은 세계적인 작가와의 만남,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한국의 작가들을 소개하기 위해 노력했던 일 등등.

특히 미술동네 사람들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20년 넘게 갤러리 앞에 종이 상자로 집을 짓고 노숙해 온 노인을 쫓아버리지 않고 행복한 동거를 하고 있는 유니언 갤러리 사람들의 여유, “시장이 작품을 따라가야지 작품이 시장을 따라가선 안 된다”는 화이트큐브 디렉터 이야기 등. 그 치열하고 냉정한 미술 시장에서도 역시 성공 요인은 인간미와 예술성이라는 사실임을 강조하는 이야기들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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