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한문에는 유난히 對句(대구)가 많다. 만물이 음과 양의 짝에 의해 생성되고 존재한다는 의식 아래에서 짝을 이루는 표현을 좋아하였기 때문이다. 앞의 聰者(총자)와 뒤의 明者(명자), 聽(청)과 見(견), 그리고 無聲(무성)과 未形(미형)을 굳이 각각 떼어놓아 구별하지 않고 묶어서 표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앞뒤로 나누어 대구로 표현함으로써 시각적 청각적인 미감과 더불어 중복에 의한 강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국보 崇禮門(숭례문) 화재는 참담한 결과를 보기 전에 문제점을 깨닫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심각하게 경고한다. 사전에 알아 방비하는 공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귀와 눈을 열고 있는 총명한 이가 이루는 공로이다. 결코 새로운 것의 창조에 못지않은 높은 평가가 주어지는 사회가 선진사회이다. ‘史記(사기)’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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