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극과 극 ‘모범생’ ‘반항아’ “춤에 미친 건 꼭 닮았죠”

  • 입력 2008년 2월 21일 03시 00분


이용우와 김판선. 현대무용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이다. 27세 동갑내기이며 한국예술종합학교 ‘2000학번’ 동기인 둘은 국내에서 드물게 고정팬을 지닌 현대무용단 LDP의 간판스타다. 쭉 뻗은 몸매에 세련된 외모와 ‘LDP’ 멤버라는 기량을 갖춘 이들의 인기는 연예인 못지않다.

특히 이용우는 휴대전화 CF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팬클럽 회원도 3000명에 이른다. 두 사람은 3월 7, 8일 서울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LDP 정기공연’에서 함께 무대를 펼친다. 02-580-1300

김판선은 모범적인 코스를 밟아 온 무용수다.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 무용제를 거쳐 2006년 가을 국내 최대 무용제인 씨댄스(Sidance)에서 세계적인 안무가 나초 두아토, 오하드 나하린과 함께 안무를 맡으며 이름을 알렸다. 김판선은 LDP에서 ‘모범생’으로 통한다. 한예종 시절부터 연습에 지각한 적 없을 뿐 아니라 아르바이트로 강의를 나가면서도 하루에 8시간 이상 연습한다. 그는 “기본을 지켜야 그 다음 것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원칙주의자다.

이용우는 2004년 CF로 먼저 대중에 각인됐다. 자동차, 신발, 휴대전화 등 여러 브랜드의 CF에 출연했다. 매년 5월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현대무용제(Modafe)의 오프닝 공연 안무를 맡으며 실력도 인정받았다. 스스로 “골칫덩이”라는 그는 지각은 기본이고 연습 중 잠적해 버리기도 한다. 학생 시절에는 무용계와 주요 인사에 대한 비판을 담은 작품을 내놓아 “위험한 아이로 찍혀 한동안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한다.

무용계에 입문한 계기도 다르다. 김판선은 전남예고 재학 시절 성악 미술 무용을 두루 거치다가 무용을 잘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 따랐다. 이용우는 ‘인문계 갈 성적이 안 돼서’ 덕원예고 무용과에 진학했다. 꿈은 백댄서였다. “잘나가는 나이트 클럽에서 살다시피 했다”고 한다. 실기로 대학에 진학할 요량으로 동아무용콩쿠르에 응모했는데 은상을 받았다. 이 기사를 본 할아버지에게 무용한다는 것을 들켜 혼나기도 했다. 할아버지가 완고해 ‘덕원예고’를 ‘덕원외고’라고 다르게 말했기 때문이다.

맥주가 들어가자 두 사람은 현대무용계의 안타까운 현실이나 불합리 때문에 밤새워 술을 마시며 토론을 벌였던 일화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현대무용의 꿈을 얼마나 옹골차게 다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김판선은 “가끔 뜬구름을 잡으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지만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꿈”이라고 말했다. 이용우는 “CF로 이름이 알려지면 내가 소속된 LDP에도 관심이 이어질 것이고 그런 방법들을 통해 현대무용을 알려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남성 잡지에서 인터뷰가 들어와도 현대무용 광고를 반드시 한다. CF 출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서운하긴 하지만 현대무용을 홍보하기 위한 ‘전술’이라는 것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김판선은 “일상을 소재로 해서, 기승전결이 뚜렷한 작품으로 현대무용을 좀 더 쉽게 전하고 싶다”며 “대학 강의로 인해 뺏기는 시간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한 달에 40만∼50만 원 받으며 반나절을 투자하고 공연 연습을 하면 작품을 구상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친구로, 동료로 8년간 함께한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까. “용우는 생각이 자유롭고 경험이 많아 작품을 여러 각도에서 볼 줄 알아요.”(김판선) “판선이는 만족을 모르고 고민하는 머리와 몸을 갖춘 보기 드문 무용수예요. 그래서 살이 안 찌죠.”(이용우)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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