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푸드]상큼한 봄내음 내 입맛 훔치다

  • 입력 2008년 2월 22일 02시 55분


봄채소의 효능과 보관법

채소가 만발하는 계절이 왔다. 봄채소는 다른 계절 채소보다 몸에 좋다. 움츠렸다 뛰면 더 멀리 나가듯 겨울 내내 움츠렸던 땅에선 더 좋은 자양분을 머금은 것들이 태어나기 때문이다.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김귀순 교수는 “봄채소에는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하다”며 “봄에 흔한 채소를 먹는 것만으로도 성인병을 예방하거나 시력을 보호하는데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냉장고를 들여다보면 채소는 짓물러져있거나 말라비틀어져 있거나 싹이 나 먹기 좋지 않게 돼 있기 마련이다. 채소의 특성과 보관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채소의 효능과 보관법 등 봄채소의 모든 것에 대해 알아본다.

○ 생명의 기운 깃든 노천채소가 맛-향 뛰어나

냉이, 쑥, 달래, 두릅, 쑥갓, 시금치, 부추 등은 봄 하면 흔히 떠오르는 채소다. 이런 채소는 비닐하우스 재배 덕분에 요즘은 겨울에도 맛볼 수 있지만 봄에 먹는 맛이 확실히 낫다.

푸드테라피스트 김연수 씨는 “비닐하우스처럼 갇힌 땅에서 제한된 일조량을 받으며 자란 채소와 산과 들의 너른 땅에서 자유롭게 자란 야채는 생명에 깃든 기운이 다르기 때문에 맛과 향이 다르다”고 말했다. 상큼한 향기로 인기가 있는 냉이는 봄채소 가운데도 단백질, 칼슘, 비타민이 가장 풍부하다. 특히 비타민A의 전 단계 물질인 카로틴이 많아 시력이 형성되는 어린 아이들에게 먹이면 좋다.

고사리도 비타민A가 풍부하며 뇌의 혈액순환을 도와 중풍을 예방한다. 하지만 비타민B1을 분해하는 효소 ‘아뉴리니아제’가 들어있어 오래 먹으면 비타민B1이 모자라기 쉽다.

부추는 ‘비타민의 보고(寶庫)’라고 할 정도로 비타민이 풍부하고 칼슘과 인이 많은 채소다. 쑥과 마찬가지로 소염 해열 지혈 항균작용이 뛰어나다. 농약이 없이도 잘 자라는 채소류라 건강에 좋다.

향이 독특해 쌈으로도 환영받고 탕 요리에 빠지지도 않는 게 쑥갓이다. 비타민 A,B,C, 철분, 칼륨, 칼슘 등이 다른 녹황색 채소에 비해 풍부하다. 피부에 윤기를 주고 신경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 채소과 윤형권 박사는 “칼륨, 칼슘, 마그네슘 등 무기질과 비타민을 많이 섭취하면 뇌 중풍(뇌졸중) 위험이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채소 가운데 아스파라거스, 딸기, 가지, 토마토, 파슬리, 셀러리, 호박 순으로 고혈압 예방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 달래-냉이-씀바귀는 입맛에, 브로콜리-케일은 암예방-해독작용에 좋아

달래, 냉이와 함께 어린이 동요에 등장하는 씀바귀는 요즘은 보기 드문 전통 채소다. 하지만 재래시장에서는 종종 볼 수 있다. 쌉쌀한 맛 덕분에 봄철 입맛을 잃어버렸을 때 먹으면 좋다. 파드득나물도 있다. 향이 강한 다른 채소와 마찬가지로 식욕을 증진시키며 비타민A와 C가 풍부하다. 잎은 쌈으로 활용하고 남는 잎줄기는 매운탕에 넣으면 쑥갓과 마찬가지로 생선 비린내를 없애준다.

쓴맛이 일품인 머위도 있다. 더위와 건조에 약해 봄에 제철로 먹어야 가장 맛있고 비타민 A가 풍부하다. 쓴맛에 비위가 약한 사람이라면 요리 전에 물에 충분히 담가 쓴맛을 빼내도 된다.

비타민C가 풍부해 데쳐먹으면 좋은 원추리나물은 너무 많이 먹을 경우 몸속의 습기를 뽑아내 설사를 하기 쉽다. 차로 마시는 걸로만 알고 있는 둥굴레나 유채꽃으로 유명한 유채도 줄기나 잎을 나물로 무쳐먹으면 좋다. 비타민C와 함께 항암성분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 브로콜리는 요즘 너무 흔해 전통채소로 착각하기 쉽지만 대표적인 외래 채소다. 비타민C는 레몬의 2배, 철분은 100g 중 1.9mg으로 채소 중 가장 많아 유방암, 폐암 등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케일도 흔히 먹는 외래 채소다. 중금속 해독작용이 있어 녹즙으로 많이 활용하지만 쌈으로 먹어도 좋다. 셀러리는 신진대사를 원활히 해 다이어트 하는 여성에 좋으며 비트는 수분이 많이 들어있어 간에 좋다. 청경채는 비타민A가 피망의 5배나 들어있으며 중국음식에 흔하듯 볶음 요리가 어울린다.

○ 낮은 온도서 상처입지 않게 보관해야 오래 가

채소를 오래 보관하려면 수확할 때부터 조심해야 한다.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 저장이용과 홍윤표 박사는 “채소는 표피에 숨구멍이 많은데 온도가 높을 때 따면 숨을 많이 쉬어 쉽게 시들고 영양 손실이 크다”며 “또 상처를 입은 채소는 쉽게 무르거나 썩을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원칙은 보관할 때도 마찬가지다. 낮은 온도에서 상처를 입지 않도록 조심해서 보관하는 게 가장 좋다. 냉장고에 넣게 되면 쉽게 마르므로 신문지나 랩 등으로 싸서 저장한다.

채소별로 보관 온도와 방법도 다 다르다. 감자, 고구마, 우엉은 씻지 않고 보관해야 한다. 시금치는 신문지에 싸 뿌리가 밑으로 가도록 세워서 보관한다. 상추는 물기를 완전히 없앤 뒤 비닐봉지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한다. 아스파라거스와 파슬리는 컵에 물을 붓고 꽃처럼 세워 보관하는 게 좋다. 습도가 유지돼야 오래가고 맛도 좋기 때문이다.

브로콜리는 0.1mm 정도의 구멍이 송송 뚫린 비닐봉지에 넣어 보관해야 한다. 밀봉보관하면 습도가 높아져 썩게 된다. 양파도 비닐봉지에 담아 0도에 저온 보관해야 싹이 나지 않고 영양분 손실이 적어진다. 반면 토마토는 냉장고에 넣으면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상자에 담아 서늘한 곳에 두는 게 좋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채소 보관법
계절품목저장
온도(도)
저장
기간
올바른 냉장고 저장법









아스파라거스0∼22∼3주컵에 물을 붓고 꽃처럼 세워서 비닐로 덮은 후 냉장보관
완두콩03주살짝 데쳐서 뚜껑 있는 병에
시금치010∼14일젖은 신문으로 한 번 싸고 랩으로 다시 싸서 보관
봄 감자7∼1010∼14일씻지 말고 선선한 곳에 보관
상추0∼52∼3주랩으로 빈틈없이 싸서 보관
브로콜리02∼3주0.1mm 정도 구멍이 촘촘히 뚫려 있는 비닐봉지에 넣어 보관
근대010∼14일랩으로 빈틈 없이 싸서 보관
케일02∼3주비닐봉지에 넣어 냉장보관
치커리02∼4주랩으로 빈틈 없이 싸서 보관
부추02주랩으로 싸고 잎을 위로 오게 보관
비트010∼14일밀폐용기에 담아 보관
미나리4∼71주뿌리 밑에 젖은 신문지로 싸고 랩으로 밀봉해 보관
0∼2도1년데친 후 용기에 담아 보관
루콜라02주밀폐 용기에 담아 보관
콜리플라워03∼4주랩으로 싸서 잎을 위로 오게 보관
셀러리01∼2개월컵에 물을 붓고 꽃처럼 세워서 냉장보관
파슬리01∼2개월컵에 물을 붓고 꽃처럼 세워서 냉장보관
토마토8∼101∼3주상자에 담아 서늘한 곳에 보관

애호박7∼101∼2주신문지에 싸서 보관
오이10∼1210∼14일신문지에 싸서 보관
양파01∼8개월비닐봉지에 담아 보관
토마토8∼101∼3주상자에 담아 서늘한 곳에 보관
마늘-2∼-46∼7개월습하지 않게 냉장보관
가지10∼121∼2주신문지에 싸서 보관
감자4∼72∼3개월구멍 있는 비닐봉지에 저장
옥수수05∼8일잎을 제거하지 말고 비닐봉지에 넣어 세워서 보관
순무08일건조해지지 않도록 비닐봉지에 넣어 보관
풋고추5∼102∼3주구멍이 뚫린 비닐봉지에 밀봉하여 저장
0∼31개월잎을 떼어내고 랩으로 싸서 보관
깻잎107일한 겹씩 겹쳐져 판매되므로 속에 들어가 있는 깻잎의 경우 온도가 낮아지지 않아 쉽게 부패되므로 주의
파프리카7∼102∼3주비닐봉지로 밀봉하여 저장
겨울파프리카8∼101∼2주비닐봉지로 밀봉하여 저장
고구마13∼154∼7개월신문지에 싸서 상자에 상온 보관
기타무순05일물기를 완전히 없앤 후 밀폐 용기에 담아 보관

채소 보양식 3선

건강요리 전문가인 최신애 씨가 맛있고 몸에도 좋은 봄채소 보양식 3가지를 선정했다. 최 씨는 “산에 가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물을 많이 마셔 몸속 노폐물을 배출하면 보약 이상의 효과가 있다”며 “여기다 봄채소로 만든 요리를 먹으면 금상첨화(錦上添花)”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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