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를 방문하면 세 번쯤 놀라게 된다.
처음엔 매장의 엄청난 크기에 놀라고 또 아주 싼 가격과 독특한 디자인에 놀라게 된다. 세일즈맨 없이 물건을 직접 가지고 가야 한다는 생소한 불편함에도 적잖이 놀란다.
매장의 크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다양하고 싸며 트렌디한 디자인의 가구는 이케아의 핵심이다. 빠르게 바뀌는 사람들의 취향에 맞추려고 이케아의 디자이너는 전 세계를 여행한다. 소비자 유혹의 첫 단계다.
이케아 디자인의 다양성과 저렴함은 가구에 대한 인식을 보다 가볍게 만들었다. 디자인 하나로 가구는 ‘오래 쓰는 것’이라는 통념까지 바꿔 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케아 제품의 내구성이 약한 것은 아니다. 매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내구성 실험장치’다. 투명한 아크릴 상자 안에 의자 같은 제품을 넣어 두고 기계로 마치 사람이 앉는 것처럼 압력을 가한다. 사용 횟수가 아무리 늘어도 제품은 그대로라는 걸 보여 주는 것이다.
매장에선 가구만 아니라 방도 판다. 학생들의 자취방, 갓 취업한 직장 새내기가 선호할 감각적인 방, 중장년층을 위한 품위 있는 방 등 연령과 생활수준에 따라 디자인이 다른 방을 진열 해 놓았다.
이처럼 이케아의 다양한 제품은 소비자의 공간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다양한 제품을 눈으로 보고 상상하면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공간에 이를 실현하고자 마음먹게 되는 것이다.
이케아에는 세일즈맨이 없다. 도우미는 있지만 이들이 고객에게 무엇을 찾느냐고 괴롭히는 일은 없다.
구매에서 설치까지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 오로지 고객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야 말로 이케아의 숨겨진 디자인 전략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다양하고 독특하며 싸기까지 한 가구들이 즐비한 매장에서 자신이 직접 제품을 고르는 불편함은 오히려 사람들에게 숨겨진 디자인에 대한 욕구를 자극하게 된다. 이케아 매장 안을 돌아다니던 사람들은 스스로 가구를 선택하고 조립하며 자신만의 색깔로 배치한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공간 디자인을 고민하는 디자이너가 되어 가는 것이다. 소비자에게 이케아는 가구가 아닌 공간 디자인 그 자체다.
사람들이 원하는 디자인을 가장 싸고 다양하게 만들어 최종 선택은 소비자의 손에 맡긴다.
이런 디자인 철학이야말로 이케아를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가구디자인의 전설로 만든 원동력이다.
박영춘 삼성디자인학교(SADI) 제품디자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