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360>鳥宿池邊樹, 僧敲月下門

  • 입력 2008년 2월 22일 02시 55분


鳥(조)는 새이다. 宿(숙)은 자다 또는 숙박하거나 묵는다는 뜻이다. 묵거나 오래 되다의 뜻도 있다. 宿願(숙원)은 오래된 소원을, 宿患(숙환)은 오래 된 병을 가리킨다. 별자리의 뜻이면 ‘수’라고 읽는다. 池邊(지변)은 못가이다. 樹(수)는 나무 또는 초목을 가리키며 동사로는 樹立(수립)처럼 세우다의 뜻이 된다. 僧(승)은 스님이다. 敲(고)는 두드리다의 뜻으로 敲門(고문)은 문을 두드리다 또는 그렇게 해서 사람을 찾는다는 뜻이다. 敲氷求火(고빙구화)는 얼음을 두드려 불을 구한다는 뜻으로 방법이 잘못되어 성공하지 못함을 비유한다.

推敲(퇴고)는 글을 지을 때 字句(자구)를 다듬어 고치는 것을 가리킨다. 이 말은 위의 시구와 관계가 있다. 장안에 가던 唐(당)의 시인 賈島(가도)가 위의 시구를 생각해냈다. 그러나 敲(고)가 좋을지 아니면 밀어서 열거나 밀어젖힌다는 뜻의 推(퇴)가 좋을지 몰라 반복해 읊어보며 손동작도 해보았다. 그러다가 京兆尹(경조윤) 대리였던 대문장가 韓愈(한유)의 행렬을 방해하였다. 가도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은 한유는 한참을 생각한 후에 敲(고)를 추천하였다. 그로부터 推敲(퇴고)라는 말이 생겨났다. 推(퇴)는 ‘추’로 읽는 경우가 더 많으며, 推薦(추천)처럼 밀어 올리거나 천거하다의 뜻, 推測(추측)이나 推理(추리)처럼 미루어 헤아리다의 뜻, 그리고 推仰(추앙)처럼 높이 받들다의 뜻이 있다.

새가 이미 잠자리에 들었으니 때는 이미 늦었는데, 길을 가던 스님은 달빛 아래 머물 곳을 찾아 남의 집 문을 두드린다. 잠든 새조차 부러운, 여로의 외롭고 고달픔이 깊은 밤 문 두드리는 소리처럼 절박하게 다가온다. 다만 시구 자체보다는 推敲(퇴고)에 얽힌 이야기가 더 유명하다. ‘題李凝幽居(제이응유거)’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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