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중심제인 우리나라는 유독 대통령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크다. 다음 주 들어서는 새 정부에 대한 기대 중 상당수도 대통령의 리더십에 몰려 있다.
국민이 지도자에게 요구하는 리더십은 주로 비전 제시, 결단력, 인품, 청렴 등이다. 리더십의 이런 요건은 정책 목표 수립에 유익하지만 목표 달성을 위한 실천과는 거리가 있다.
미국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저자는 “지도자는 정책 목표를 위해 법, 행정 등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현실적 도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도구들을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효율적이고 현명하게 사용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 리더십을 ‘통치술’로 보고 지도자가 이를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조언한다. 이 조언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 경험을 바탕으로 했지만 지난 몇 년간 ‘대통령의 선의가 실제 정책에서 바람직한 결과로 이어지지만은 않는다’는 교훈을 깨달은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많다. 유창한 언변보다 실행, 조정 능력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저자는 정책을 언어에, 통치술을 문법에 비유한다. 많은 지도자가 언어만 유창하게 구사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문법이 없어도 말은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 언어(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건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체계적 지식(문법)이다. 목표를 위한 수단이 통치술인 셈.
통치술은 행정 법 교육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저자는 “지도자는 정책을 만들 뿐 아니라 정책을 실행하는 주체”라고 말한다. 획일화된 조직엔 열정이 결핍된 행정관료가 있게 마련이다. 저자는 관료주의의 병폐를 견제하려면 대통령이 조직을 이끄는 핵심 인재의 활용, 조직 개편의 의사 결정 과정까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법 영역도 입법부나 사법부에만 맡겨 놓아선 안 된다는 게 저자의 지론. 지도자는 지나치게 세부적이고 이해하기 힘든 법률에 대한 재고뿐 아니라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판사의 인품까지 고려해 법이 특정 계층이나 이익집단의 도구가 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이런 생각은 미국이 ‘호전적 이슬람 세력’의 테러 위협에 처해 있다는 시각에서 나왔다. 이 때문에 전시(戰時)와 같은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저자의 이런 주장에는 받아들일 수 있는 것과 버려야 할 것이 공존한다. 법 행정 교육 등 여러 정책 과정에 지도자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는 생각은 자칫 권위주의적 리더십, 제왕적 리더십으로 흐를 우려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리더십에 대한 논의가 추상적 비전 제시에 머물렀으며 이를 벗어나 정책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조언에는 귀를 기울일 만하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