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운명을 읽는 열두 동물

  • 입력 2008년 2월 23일 02시 59분


◇운명을 읽는 열두 동물/천진기 지음/214쪽·1만2000원·서울대출판부

자(쥐) 축(소) 인(호랑이) 묘(토끼) 진(용) 사(뱀) 오(말) 미(양) 신(원숭이) 유(닭) 술(개) 해(돼지).

우리 문화 속에 녹아 있는 십이지 열두 띠의 동물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책이다. 십이지 전문가인 저자는 “열두 띠 동물은 우리 문화에 깊게 침투되어 한국인의 의식 구조를 지배한다”고 말한다. 이 열두 동물은 천문에서는 시간과 방위를 상징하고, 역법에서는 운명과 길흉을 예지하는 비결(秘訣)로 작용하며, 일상생활에서는 수호신의 역할을 담당한다.

이 책은 잘 알 것 같지만 잘 모르는 십이지의 얘기 덕분에 시종 흥미롭다. 예를 들면 오후 11시∼오전 1시를 왜 자시로 했는지, 오전 1∼3시를 왜 축시라고 했는지 등에 관한 얘기.

오후 11시∼오전 1시를 자시로 한 것은 이 시간에 쥐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기 때문이고, 오전 1∼3시가 축시인 것은 이 시간에 소가 되새김질을 가장 활발하게 하기 때문이다. 또 오후 3∼5시가 신시인 것은 원숭이가 이 시간에 소리 지르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며 오후 7∼9시가 술시인 것은 개가 경각심을 높여 시력과 청력이 가장 좋아지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자시, 축시 등에 이런 사연이 담겨 있다니.

십이지상의 시대적 특징과 문화적 역사적 의미에 대한 설명도 유익하다. 통일신라 때엔 무덤의 내부가 아니라 무덤 둘레의 호석(護石)에 열두 동물을 조각했고 석탑 석등 부도 등 불교 조형물에도 다양하게 표현되었다. 이것이 고려를 거쳐 조선에 이르면 무덤에서 십이지상이 사라지고 대신 경복궁과 같은 궁전의 축대 등에 등장했다. 이 같은 변화는 열두 동물이 점점 더 일상화되어 갔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우리는 사람을 만나면 “띠가 뭐냐”고 묻는다. 열두 동물은 신화 속의 종교화된 동물과 달리 지극히 일상적인 존재다. 저자의 결론은 이렇다. “띠를 통해 위안을 얻는 한국인들. 그러니 열두 동물을 좀 더 잘 알고 좀 더 사랑하자”고.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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