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할아버지 너만 할 땐…‘박뛰엄이 노는 법’

  • 입력 2008년 2월 23일 02시 59분


◇박뛰엄이 노는 법/김기정 글·허구 그림/140쪽·8700원·계수나무(초등 2∼4년용)

“듣고 보니, 너의 노는 모양이 여간 괴상한 게 아니더구나. 집 안에서는 요상한 컴퓨터 놀이에만 빠져 있고, 집 밖에서는 여러 동무한테 못된 짓만 일삼는다니, 그게 참말이더냐? 어허, 이 일을 어이할꼬!”

큰일이다. 아이들이 제대로 놀지를 못한다. 마음껏 뛰어놀 산과 들이 마땅찮고, 컴퓨터와 오락기만 붙잡느라 상상력을 키울 여지가 없다. 그런 손자 주먹이를 보고 있자니, 내일이면 딱 백 살이 되는 박뛰엄이 할아버지는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래서 마음잡고 손자에게 보내는 편지 한 통을 썼다. 할아버지가 백 살이 다 되도록 얼마나 ‘신나게 놀았는지’ 알려주기 위해서다.

편지를 보니, 박뛰엄이의 첫 친구부터 심상찮다. 첩첩산중에서 가족이 단출하게 사느라 박뛰엄이는 또래 친구가 없다. 온 가족이 농사지으러 나가야 해 낮에는 홀로 지내야 한다. 그런 뛰엄이와 친구가 된 건, 호랑이다! 처음에 호랑이를 봤을 땐 냅다 도망쳤지만, 뛰어다니다 보니 삼삼 재미가 난다. 그러다 보니 팔다리가 튼튼해졌다. 할아버지가 놀아본 교훈 하나. “덕분에 내가 이 나이 되도록 팔팔 살아 있는 게 아니겠느냐.”

박뛰엄이의 뜀박질이 얼마나 빠른지, 도깨비가 “그 뜀박질 나한테 달라”고 청한다. 뜀박질과 맞바꾼 게 ‘백 살까지 신나게 놀기’다.

편지에서 무조건 노는 얘기만 하는 게 아니다. 할아버지는 놀면서 깨친 것들을 통해 인생살이의 지혜를 솔솔 일러준다. 도깨비랑 덜컥 뜀박질을 맞바꾸지 말고, 동무 삼아 좀 더 놀걸, 아쉬워하면서 “동무 사귈 때는 네 하는 짓이 동무에게도 좋은 일인가 아닌가를 잘 생각해 보란 말이다”라고 슬쩍 권한다.

열일곱 살에 농사일을 시작하게 됐는데, 웬일. 괭이질, 호미질, 지게질이 힘들기만 하다. 도깨비와 약속한 건 뭔가 싶어 발을 쾅쾅 굴렀는데, 감자 캐는 일을 해보니 의외로 재미있다. 일의 재미를 깨달았다! 씨앗 하나가 몇 곱절 불어나고, 쑥쑥 자라는 것들을 보살피고 다 익은 것들을 거두어 쌓아놓으며, 일을 마치고 주린 배를 채우는 즐거움을. 이 책은 이렇게 ‘의미 있는 놀이’를 알려준다.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공부의 즐거움’을 살짝 대입해 주면 좋을 듯.

이 책의 부록에 나오는 ‘숨겨진 이야기’는 ‘박뛰엄이 노는 법’의 뒷얘기. 이름이 ‘뛰엄이’가 된 사연, 예쁜이가 금강산 간 뛰엄이를 기다린 얘기 등, 부록이라고 해도 ‘읽지 않으면 안 될’ 사연들이니 빼먹지 말 것.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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