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22일 낮 12시경 충남 보령시 오천면 녹도리 호도(狐島)의 암벽 해안에서 붉은 고무장갑을 끼고 기름을 닦아내면서 마음이 급해지는 듯했다.
“제가 이곳을 여러 번 답사하고도 상황을 너무 낭만적으로만 파악했어요. 이번엔 서울에서만 ‘큰일꾼’(김장훈이 자원봉사대원에게 붙인 이름)을 모았는데 앞으로는 전국에서 모아야겠어요.”
그와 함께 기름을 제거하던 300여 명도 “정말 큰일이야” “이를 어째”를 연발했다. 새벽에 버스로 서울을 떠나 보령에서 배로 갈아타고 섬에서 내린 뒤 현장까지 걸었지만 피곤함을 잊은 듯했다.
충남 천안에서 따로 왔다는 한 30대 남자는 “암벽 해안 사이로 기름기가 둥둥 떠다니고 타르 덩어리가 곳곳에 달라붙어 방제의 손길이 무력해 보이기도 했지만 김장훈 씨 덕분에 봉사에 참여할 수 있어 매우 기뻤다”고 말했다.
김장훈은 점심을 먹은 뒤 오후 2시경 섬 주민이 주변 해역에서 잡거나 채취한 우럭과 도미, 키조개, 김을 먹었다. 서해안 수산물이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23일에는 태안에서 다시 기름제거 작업을 하고 5월에는 서해안에 관광객이 많이 찾도록 하기 위한 축제를 연다.
보령시 강학서 유류사고지원팀장은 “날씨가 따뜻해져 기름이 녹으면 대천해수욕장의 개장이 어려울 수 있어 어느 때보다 자원봉사자가 많이 필요하다”며 “김장훈 씨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보령=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