循(순)은 좇다, 즉 지키며 따르다 또는 순종하거나 답습하다의 뜻이다. 循守(순수)는 좇아서 지킴을 뜻하고, 循俗(순속)은 풍속을 따름을 뜻한다. 또 돌다의 뜻도 있으니, 循環(순환)은 쉬지 않고 잇달아 돎을 뜻한다. 序(서)는 차례나 順序(순서)를 뜻한다. 循序(순서)는 차례를 따름을 뜻한다. 致(치)는 이르거나 도달하다 또는 이르게 하다의 뜻이다. 여기서는 쌓다 또는 모으다의 뜻이다. 送致(송치)처럼 보내거나 전달하다의 뜻과 招致(초치)처럼 부르다의 뜻도 있다. 韻致(운치)처럼 흥취나 정취를 뜻하기도 한다. 精(정)의 본의는 곱게 찧은 깨끗한 쌀이다. 여기서는 精氣(정기)를 의미한다. 위에 보이는 致精(치정)은 정기의 집중을 의미한다.
朱子(주자)는 학문에서 순차적인 점진, 즉 ‘循序漸進(순서점진)’과 더불어 공경심과 굳건한 뜻을 바탕으로 한 정기의 집중, 즉 ‘致精(치정)’을 강조하였다. 한 권의 책을 읽든 한 분야의 이치를 탐구하든, 그 깊은 뜻을 이해하고 높은 경지에 이르려면 서두르거나 소홀해서는 안 된다. 변함없이 공경하고 좋아하는 마음으로 차근차근 나아가야 한다. 그리하면 淸(청)의 劉大K(유대괴)의 말처럼 ‘그 가운데에 깊이 들어가서도 자각하지 못하는’ 높은 경지에 이를 수 있다. 朱熹(주희)의 ‘性理精義(성리정의)’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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