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362>量粟而 , 數米而炊

  • 입력 2008년 2월 26일 03시 00분


量(량)은 헤아리다의 뜻이다. 수를 세거나 무게나 넓이나 부피 따위를 측정한다는 뜻이다. 추측하거나 어림한다는 뜻도 있다. 容量(용량)이나 數量(수량) 또는 度量(도량)을 뜻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수를 센다는 뜻이다. 粟(속)은 조이다. 일반적으로 곡식이나 식량을 총칭한다. 또 찧지 않은 겉곡식을 의미하기도 한다. 즉, 아주 좁게는 조를 가리키고, 다음으로는 겉곡식을 의미하며, 넓게는 곡식이나 식량을 의미한다. 여기서는 겉곡식에 해당하며, 속곡식인 米(미)와 짝이 된다. 而(이)는 말의 앞뒤를 이어주며 특별한 뜻이 없다. 용(용)은 곡식을 찧다 또는 방아를 찧다의 뜻이다. 절구, 즉 臼(구)를 가리키기도 한다. 數(수)는 수를 세다의 뜻이다. 또 셈 또는 量(양)이나 定數(정수)를 뜻한다. 運數(운수)처럼 운명을 뜻하기도 하고, 術數(술수)처럼 책략이나 방법을 뜻하기도 한다. 자주 또는 빈번하다는 뜻이면 ‘삭’으로 읽는다. 米(미)는 쌀이다. 粟(속)과 짝이 되면 찧어서 껍질을 벗긴 속곡식을 가리킨다. 炊(취)는 밥을 짓다의 뜻으로 炊事(취사)나 自炊(자취)처럼 쓴다. 稱薪而찬(칭신이찬)이라는 말도 보인다. 땔나무의 무게를 달아 불을 땐다는 뜻이다. 稱(칭)은 무게를 달다의 뜻이고, 薪(신)은 섶 또는 땔나무를 가리킨다. 찬(찬)은 불을 때다 또는 밥을 짓다의 뜻이다. 위와 같이 한다면 한 분야는 잘 관리할 수 있으나 한 나라를 다스리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치밀하고 정확함은 매우 필요하다. 그러나 일에는 크고 작음이 있으며 한 개인이 그 모두에 능할 수는 없다. 작은 것에 매달리느라 오히려 큰일을 그르칠 수 있다면, 직책이나 격에 맞지 않는 지나치게 사소한 치밀함은 추구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 ‘淮南子(회남자)’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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