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를 어디서 찾을까. 이 질문에 대해 해럴드 블룸(78)은 책의 첫 장에서 일찍이 밝혀 놓는다.
“나는 책을 읽고 가르치는 이유에 관해 단지 세 가지 이유만을 설정하고 있는데 그것은 미학적 훌륭함, 지적 능력, 그리고 지혜다.”
물론 그가 모든 책을 다 얘기하려는 건 아니다. ‘살아 있는 전설’이라고 불리는 문학비평계의 거장답게 블룸은 많은 종류의 책 중에서도 ‘문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가 가리키는 문학은 엄밀하게 말해 ‘모든 문학적인 텍스트’다. 블룸은 성경의 ‘전도서’와 ‘욥기’, 호메로스와 플라톤의 텍스트로부터 지혜를 추출한다. 전도서 3장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에 대해 블룸은 “이 반복되는 리듬을 읽으면서 소름 끼치지 않고 70대로 들어설 수 있는 이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는 블룸이 꼽는 뛰어난 지혜의 거장이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와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상대방에게, 또 자신에게 끈기 있게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통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블룸은 한편으로 몽테뉴, 니체, 프로이드 같은 철학자들의 ‘지혜로운 저서들’에서 문학적인 것을 발견한다.
방대한 문학사와 철학사, 종교사를 아우르는 내용이지만 친절하게 인용한 텍스트 덕분에 이해하기가 까다롭지는 않다. 블룸은 책 전체를 통해 ‘자연의 한계를 받아들이도록 가르쳐 주는’ 지혜로운 문학의 소중함을 전한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