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절은 어렵다? 아니 흥미롭다!
옛날엔 관혼상제의 예법을 철저히 지켰다. 요즘 이런 옛 예법을 따르자고 하면 고지식하다는 얘기를 듣는다. 예절은 형식에 치우친 허례허식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는 묻는다. 명절 때면 제사를 지내지만 제사의 기원, 방법을 정확히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이 책은 예절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익혀야 할 필수 기술이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현대에 변형된 예절의 절차를 본디 모습대로 복원해야 한다거나 과거의 예절을 고수하자는 건 아니다.
저자는 예절의 기원과 의미부터 제사상에서 금기시하는 음식은 무엇인지 등 알아두면 좋을 실용 지식까지 넘나들며 흥미로운 예절의 세계로 안내한다.
신부 집에 함이 들어가는 날, 왕오징어로 만든 가면을 쓰고 어깨에 짐을 지고 가는 젊은 남성들의 풍경이 익숙하다. 함잡이들이 신부 집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떼쓰는 모습에 눈살 찌푸리는 사람도 많다. 그래도 우리 전통 풍습이다. 옛날 함을 지는 함진아비는 함팔기 내내 벙어리 흉내를 내야 했다. 입을 열면 복이 달아난다고 믿은 때문이다.
함에 담는 선물은 집안의 재력과 지방 풍속에 따라 다양하지만 신부 옷, 패물, 혼서지(婚書紙)는 꼭 넣어야 했다. 혼서지는 일종의 혼인서약서로, 일생 동안 간직했다가 죽을 때 관 속에 넣어 가는 것이다. 함은 패물 따위보다 부부의 언약을 확인하는 의미가 컸다.
제사상에 어류는 동쪽에 놓고 고기는 서쪽에 놓는다. 어동육서다. 왜 그럴까. 동쪽은 새로 생겨나는 방위고 서쪽은 결실을 맺는 방위다. 다시 말해 서쪽이 어른이고 동쪽이 아이다. 옛날엔 동물에 서열을 매겼는데, 들짐승 날짐승 물고기 순이었다. 그래서 물고기가 동쪽이고 ‘육고기’가 서쪽인 것이다. 저자는 한국학중앙연구원 고전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