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깎이가 살점을 물어뜯은 자리/분홍 피가 스며들었다.//처음엔 찔끔하고/조금 있으니 뜨끔거렸다.//한참 동안,/욱신거렸다.//누군가 뒤늦게 떠난 모양이었다./(…) 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었다.’(‘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 중에서)
이윤학(43·사진) 시인의 시작(詩作)이 부지런하다. 3년 만에 낸 새 시집에는 60여 편의 시가 담겼다. 작고 사소한 것에 눈길을 주는 시인의 시선은 여전히 빼어나다. 가령 표제시가 그렇다. 손가락의 작은 상처에서 흐르는 피를 보고, 짧고 따끔한 아픔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오래도록 욱신거리는 사랑의 상처가 떠오르는 것.
‘오전 내내 마룻바닥에 굴러/볕을 잘 쬔 1.5리터들이/우그러진/환타 페트병을 집어든다//피식 웃고 떠난 네 이름, 네 얼굴./네 뒷모습 떠오르지 않는다.’(‘환타 페트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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