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음만 같은 다른 글자를 대신 사용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중국인은 餘(여)자 대신 魚(어)자를 즐겨 쓴다. 물론 두 글자의 중국 음은 같다. 여러 마리의 고기를 연이어 그려 놓거나 年年有魚(연년유어)라고 쓴 것은 해마다 넉넉하기를 축원하는 것이다. 식사의 끝 무렵에 나오는 물고기 요리에도 그런 의미가 있을 수 있다.
餘桃(여도)는 먹다 남은 복숭아로, 애증의 상태에 따라 같은 일이 다르게 받아들여짐을 비유한다. 관련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임금에게 총애를 받던 신하가 자신이 먹던 복숭아가 맛있자 차마 다 먹지 못하고 먹던 복숭아를 임금에게 바쳤다. 임금은 그의 정성을 높이 칭찬했다. 그러나 후일 총애가 식자 임금은 그를 불경죄로 처벌했다. 이 글 앞은 다음과 같다. “초螟(초명)이란 벌레는 모기 눈썹에 둥우리를 틀고 큰 붕새는 하늘 한 모퉁이를 뒤덮는다.” 과장된 표현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만물은 각기 다를 수밖에 없고 각 개인의 처지도 마찬가지다. 현실에 너무 안주하면 향상을 위한 동력을 잃을 수 있다. 그러나 언제나 위로만 비교하며 산다면, 자기 자신이 불만스럽고 불행할 뿐만 아니라 남을 배려하거나 도울 수도 없다. 西晉(서진) 張華(장화)의 ‘초료賦(초료부)’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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