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367>上方不足而下比有餘

  • 입력 2008년 3월 4일 02시 59분


方(방)은 배 두 척을 나란히 묶어 놓은 것을 옆에서 본 모습이라는 풀이가 유력하다. 그로부터 나란하다 또는 늘어 놓다의 뜻, 그리고 다시 비교하거나 견주다의 뜻이 나왔다. 이와 짝이 되는 比(비)는 앞뒤로 나란한 두 사람을 옆에서 본 모습이다. 역시 나란하다 또는 비교하다의 뜻이 있다. 앞뒤의 말을 잇는 而(이)는 순접과 역접 모두 가능하다. 餘(여)는 餘分(여분)이나 剩餘(잉여)처럼 나머지나 우수리, 또는 여유로움이나 넉넉함을 뜻한다.

독음만 같은 다른 글자를 대신 사용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중국인은 餘(여)자 대신 魚(어)자를 즐겨 쓴다. 물론 두 글자의 중국 음은 같다. 여러 마리의 고기를 연이어 그려 놓거나 年年有魚(연년유어)라고 쓴 것은 해마다 넉넉하기를 축원하는 것이다. 식사의 끝 무렵에 나오는 물고기 요리에도 그런 의미가 있을 수 있다.

餘桃(여도)는 먹다 남은 복숭아로, 애증의 상태에 따라 같은 일이 다르게 받아들여짐을 비유한다. 관련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임금에게 총애를 받던 신하가 자신이 먹던 복숭아가 맛있자 차마 다 먹지 못하고 먹던 복숭아를 임금에게 바쳤다. 임금은 그의 정성을 높이 칭찬했다. 그러나 후일 총애가 식자 임금은 그를 불경죄로 처벌했다. 이 글 앞은 다음과 같다. “초螟(초명)이란 벌레는 모기 눈썹에 둥우리를 틀고 큰 붕새는 하늘 한 모퉁이를 뒤덮는다.” 과장된 표현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만물은 각기 다를 수밖에 없고 각 개인의 처지도 마찬가지다. 현실에 너무 안주하면 향상을 위한 동력을 잃을 수 있다. 그러나 언제나 위로만 비교하며 산다면, 자기 자신이 불만스럽고 불행할 뿐만 아니라 남을 배려하거나 도울 수도 없다. 西晉(서진) 張華(장화)의 ‘초료賦(초료부)’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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