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의 전쟁’ 재출연 신구 “같은 역 다시 하는 건 처음”

  • 입력 2008년 3월 6일 03시 00분


“진토닉요.”

2일 오후 1시 서울 강남의 한 호텔 라운지. 배우 신구(72·사진)는 대뜸 칵테일을 주문했다.

대낮 음주를 의아해하는 기자의 눈치를 감지한 듯 그가 말했다.

“원래 술을 좋아해. 매일 집에서 소주 한 병을 자기 전에 마셔. 술 먹으면 잠이 잘 오거든. 어제도 촬영 마치고 오전 1시에 한 병 비우고 잤어.”

케이블채널 tvN에서 7일 밤 12시 첫 회를 방영하는 드라마 ‘쩐의 전쟁’. 지난해 평균 시청률 30.5%로 인기를 모은 SBS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것이다. 신구는 SBS에서 맡았던 원로 사채업자 독고철 역을 다시 연기한다.

“같은 제목 드라마에서 같은 역 하는 건 처음이야. 부담? 있지. 전작의 성과가 워낙 좋았잖아. 그런데 인물의 색깔이나 모양, 맛이 먼저와 달라. 지난번엔 은퇴한 노인네였는데 이번엔 현역 사장이야. 나이도 좀 젊게 설정됐어. 현장에 앞장서서 뛰어들고… 액티브하지.”

신구 외 다른 배역은 모두 바뀌었다. 박신양이 맡았던 주인공 금나라는 박정철로, 악랄한 사채업자 마동포는 이원종에서 권용운으로 교체됐다.

“글쎄. 어느 쪽이 더 잘할지 모르겠는데. 작업 몇 번 해 보니 먼저 편에 지지 않으려는 열정이 보여. 지상파에서 한 드라마가 크게 성공했으니 마음 쓰이겠지. 뛰어넘고 싶을 테고. 다른 맛이 담긴 드라마가 나올 것이라고 봐.”

tvN은 지나친 노출 등으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았던 채널이다. 이로 인해 원작 만화 ‘쩐의 전쟁’의 선정성이 드러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신구의 기존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을 듯하다.

“글쎄, 케이블이라고 해서 어떨지. 남녀 애정 표현이나 싸움 장면은 적당하면 맛깔스럽지 뭐. 그리고 지나치게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을 전면에 내세우겠어? 얘기가 흘러가면서 약간씩 들어가는 거지.”

신구는 40대 때부터 머리에 흰 칠을 하고 장성한 아들을 둔 늙은 아버지를 연기했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MBC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 등 정 많고 속 깊은 ‘아버지’ 신구에 익숙한 팬들에게는 최근 SBS ‘왕과 나’에서 탐욕스러운 내시로 나오는 그가 낯설다.

“현실의 나는 자상하지 않았어. 아들에게 작품에서처럼 따뜻한 아버지 모양새를 보여주지 못했어. 이미지 변신? 그게 연기자 맘대로 되나. 난 하고 싶은 역을 맡아본 적 없어. 한창 때 햄릿을 해보고 싶었지만… 돌아온 건 나쁜 왕 역이었지. 잘생긴 주인공감이 아니니까. 허허.”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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