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관습과 사고의 전환이 없는 종교는 퇴보할 뿐입니다.”
“종교 스스로 물질만능주의의 때를 벗겨내야 합니다.”
“종교가 외면받는 까닭은 종교계가 현실 문제로부터 멀어졌기 때문입니다.”
개신교 불교 원불교 등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젊은이 5명의 발언이 최근 종교 전문 월간지에 실렸다. 믿음이 서로 다른 이들이 국내 종교계의 실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이들의 발언을 기꺼이 받아들여 소개한 곳이 월간지 ‘종교와 평화’다. 국내 종교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가 창간한 이 월간지가 최근 1주년을 맞았다.
‘종교와 평화’는 천주교 개신교 불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민족종교 등 7대 종단의 소식을 한데 모은 국내 유일의 월간지다.》
올해 22주년을 맞은 종교인평화회의는 ‘타 종교가 아닌 이웃 종교’라는 믿음으로 종교 간 대화 운동을 주도해온 연합체.
이 월간지는 종교계가 다른 종교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부족했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우리말 속 이웃종교’ 시민 강좌를 연재했다. 이 시민 강좌에서는 기독교의 성령(聖靈), 유교에서 자연과 사회의 질서가 조화된 덕목으로 강조하는 성(誠), 새로운 하늘과 땅이 열리는 경지를 이르는 천도교의 천개지벽(天開地闢)의 차이점과 유사점을 비교했다.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 때는 종교인평화회의와 한국이슬람교중앙회 등이 함께 조기 석방을 호소한 것을 보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개신교계와 불교계와 이슬람교를 전공한 학자의 심층 토론을 통해 한국 교회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을 해외 선교로 타개하려는 과정에서 무리한 선교가 이뤄졌다는 등 다양한 시각에서 문제를 짚기도 했다.
지난해 8월 마련한 종교유적지대화 순례에는 여러 종단의 성직자와 신자 40여 명이 전남 해남군 대흥사, 전남 강진군 다산초당, 전북 익산시 원불교 중앙총부, 전북 전주시 진동성당 등 불교 유교 원불교 천주교 성지를 함께 찾았다.
‘이웃종교 맛보기’란 칼럼은 예컨대 일부 개신교계에서 우상숭배라는 지적을 받는 천주교의 성모 마리아가 자비로운 관세음보살처럼 아픈 마음을 달래 주는 약손 같은 존재라는 얘기를 담아 종교 간 상호 이해를 도모했다.
사설을 통해 사회에 전하는 종교계 전체의 메시지를 담아낸 것도 특징이다. 변진흥 종교인평화회의 사무총장은 “특정 교단 소속 필진이 아니라 종교학자 중심으로 구성된 종교인평화회의 산하 종교간대화위원회가 편집위원으로 참여해 균형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러 종단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과정에서 견해차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국 종교계는 종단 간 서로 다른 목소리를 조율해 본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평화를 강조하는 종교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민족 화해와 협력을 강조하는 사설이 나간 뒤 참혹한 북한 현실에 대한 고려는 왜 하지 않느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월간 ‘종교와 평화’는 또 종교계 내부의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종단 간 갈등, 종교인 과세 문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변 사무총장은 “앞으로 이런 문제를 과감하고 성찰적인 시각으로 제기하면서 다양한 견해를 인정하는 진정한 종교 화합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