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 클래식계에는 20, 30대 꽃미남 지휘자들의 열풍이 대단하다.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유럽과 미국 지휘계를 평정해가고 있는 구스타보 두다멜(27·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차기 상임지휘자)을 비롯해 다니엘 하딩(33·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스웨덴 방송교향악단 음악감독), 필립 조르당(32·파리 바스티유 오페라 차기 음악감독), 미코 프랑크(29·핀란드 국립 오페라 음악총감독)…. 이른바 ‘젊은피’들이 보수적인 클래식계의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11∼13일 영국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첫 내한하는 러시아 출신 블라디미르 유롭스키(36)도 그 중 하나. 어두운 색 긴 머리에 꿰뚫는 듯한 시선으로 수려한 외모를 자랑하는 유롭스키는 2006년 거장 지휘자 쿠르트 마주어(81)의 후임으로 런던필의 12번째 상임지휘자로 전격 발탁됐다.
지난해 75주년을 맞은 런던 필은 유롭스키가 상임지휘자로 오면서 차이콥스키, 쇼스타코비치, 프로코피예프 등 러시아 레퍼토리를 대폭 강화했다. 유롭스키는 러시아 전통을 잇는 지휘자이면서도 말러의 ‘대지의 노래’를 최고의 작품으로 꼽고, 글라인드본 오페라페스티벌에서는 바그너를 즐겨 연주하기도 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동양의 선불교와 요가,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의 영화 ‘희생’, 노자의 도덕경,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등에서 지휘의 영감을 얻는다”고 말한 바 있다.
클래식계에 불고 있는 ‘청년 마에스트로’의 돌풍에 대해 일각에서는 TV와 인터넷, DVD로 음악을 감상하는 시대에 스타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으로 본다. 유롭스키는 “지휘자의 역할은 연극무대 위의 배우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며 “음악가들과 함께 말없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며 그 속에서 하나가 되는 것은 기분 좋은 섹스만큼 멋지다고 생각한다”고 당당히 밝힌다.
이번 내한공연에서 유롭스키는 자신의 장기인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5번(11일),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프로코피예프 피아노협주곡 2번(13일) 등을 연주한다. 또한 런던 필 상주 작곡가인 마크 앤서니 터니지의 ‘저녁노래’ ‘한스를 위한 자장가’ 등 현대곡도 들려준다.
△11일 오후 7시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오닐 협연), 1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피아니스트 백건우 협연). 5만∼20만 원. 1577-5266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