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장훈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을 때 인정해준 분
①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을 때 유일하게 날 인정해준 사람이에요. 1993년 어느 날 제게 곡을 주고 싶다며 듀엣곡인 ‘어제 속으로’를 주셨죠. ‘당신 같은 분이 왜 저를…’이라고 물었더니 제 목소리가 참 좋대요. 그게 단 한 번의 만남이었어요. ②옛사랑=눈물나잖아요. ‘남들도 모르게 서성이다 울었지’ 제가 부르면 문세 형보다 잘 부를 자신 있는데…. ③그의 음악은 ‘지음’이다=내가 어려울 때 날 알아봐줬던 유일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 SG워너비 김진호
작곡으로 일기를 쓰셨다니…
①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②광화문 연가=광화문은 제게 기쁜 추억이 더 많은 곳이지만,이영훈 작곡가 하면 이 노래 아닌가요. ③그의 음악은 ‘일기’다=요즘 음악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노래가 없는 것 같아요. 예전 기사에서 이 선배는 곡으로 일기를 쓴다는 것을 봤어요. 유행을 좇아가는 요즘 음악을 들으면 선배님이 많이 안타까워하실 거예요.
■ 김현철
마흔셋에도 이런 감성을 가질 수 있을까
①1989년 서울스튜디오 녹음실에서 처음 인사했어요. 노래로 들을 때는 마르고 날카로울 줄 알았어요. 실제로 보니 어느 정도 체격이 있으시더라고요. 그 후 문세 형 음반에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술 많이 마셨죠. ②슬픈 사랑의 노래=이 곡을 편곡하면서 알았죠. 마흔셋에도 이런 감성을 가질 수 있구나, 놀라고 또 놀란 곡. ③그의 음악은 ‘음악이 아니다’=딱 한 권의 책, 잘 짜인 작품을 대하는 느낌. 멜로디만큼 가사에 대한 철학을 가졌던 그는 작가입니다.
■ 서영은
달콤 쌉싸래 다크 초콜릿 같은 그의 노래
①지난해 KBS ‘러브레터’ 대기실. 문 앞에 ‘이영훈’이라는 이름 석 자가 적혀 있었는데 너무 기쁜 나머지 불쑥 들어가 인사했더랬죠. 그랬더니 ‘내 노래를 다시 불러줘서 고맙다’고 했어요. ②깊은 밤을 날아서=서정적이고 맑은 노래와 달리 신나는 노래도 좋아요. ③그의 음악은 ‘다크 초콜릿’이다=달콤하면서도 씁쓸한 그의 사랑 노래를 들으면 다크 초콜릿이 생각나요.
■ 성시경
대가들이 늘 그렇듯 신사다우셨어요
①작곡가 김형석 씨를 통해 몇 번 봤어요. 대가(大家)들이 그렇듯 신사답고 후배들을 편안하게 대해 주었어요. ③그의 음악은 ‘그리움’이다=이제는 닿을 수 없는 사람이 됐잖아요. 그의 음악은 아날로그와 옛 음악이 흐르던,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을 뜻하는 것 같아요.
■ 전제덕
차분하고 따스한 느낌
①2년 전 5월 녹번동 스튜디오에서 만났어요. 노래를 들으면 곡 쓰는 사람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그려지는데 실제로 만나니 노래처럼 차분하고 따스했어요. ②기쁨의 날들=리메이크 음반인 ‘옛사랑 프로젝트’에서 제게 이 곡을 주셨어요. 하모니카 소리가 좋다며 절 염두에 두고 이 곡을 지으셨대요. ③그의 음악은 ‘한국인의 감수성’이다=1980년대 사회가 어지러울 때 그의 노래는 한(恨)의 정서가 아닌 아름다운 감수성을 표현했던 게 아닐까요.
■ 정훈희
그는 떠나도 그의 노래는 내 곁에 남아
①재작년 ‘옛사랑’ 음반을 만들면서 만났어요. 어릴 적 나를 좋아했대요. 16세 때 나처럼 세계 가요제에 나가보는 게 꿈이었대요. 제 40주년 음반에 작곡가로 참여하기로 했는데 그렇게 떠나버렸네요. ②기억이란 사랑보다=몇 년 전 한 특집에 함께 무대에 올라 이 곡을 엔딩곡으로 불렀어요. ③그의 음악은 ‘남아 있다’=장삿속으로 음악 하는 사람들의 노래는 그냥 흘러가요. 남지 않아요. 하지만 영훈 씨처럼 자신의 음악세계를 추구한 사람의 음악은 이렇게 마음에 늘 남아있어요.
내가 써 왔던 300여 곡의 작품이 있는데
그중 100여 곡은 습작이었고 120곡 정도만이 발표된 곡들입니다.
그런데 그 발표곡 중에서도 대중이 사랑하는 곡은
절반쯤밖엔 안 될 거예요.
무슨 소린가 하면 내가 좋아서 했다는 것입니다.
나 자신도 오늘 내가 피아노 앞에 앉아서 어떤 곡이 나올지
전혀 알 수 없으니까요. 돈과도 상관없어요.
누가 내게 10억 원짜리 곡을 써 달라 한데도
그 가치의 곡이 나올지 모른다는 거지요.
내가 만족하는 음악이 나를 이 길로 이끈 것이고
작곡가로 불려질 자격을 준 것입니다.
결국 누구도 내 음악을 판단할 수 없는 것이지요.
하지만 평가는 받겠지요?^^
―2005년 어느 날 이영훈이 후배 가수 박소연에게 남긴 편지 중에서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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