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에도 인디밴드가 필요해”

  • 입력 2008년 3월 14일 03시 00분


젊은同人 ‘문학 실험’ 세상속으로

다시 동인(同人)의 시대가 열렸다.

1990년대 이후 수그러들었던 문학 동인 활동. 그 동인 활동이 2000년 이후 다시 살아나더니 최근 들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10년 남짓 활동을 멈췄던 ‘21세기 전망’이 지난해 말 새롭게 진영을 가다듬고 새 동인지를 냈으며 소설가 한유주 김태용 씨, 시인 최하연 송승환 씨 등 실험적인 젊은 작가들이 최근 동인 ‘루’를 결성했다. 올 2월엔 소설가 정영문 박성원 씨 등 탄탄한 실력의 문인들도 ‘대충’이라는 이름의 동인으로 뭉쳤다.

동인 활동이 활발해지자 ‘문지문화원 사이’는 11월 1일까지 매주 토요일 문학 동인과 독자들이 만나는 ‘문학 동인 페스티벌’을 마련할 계획이다.

동일한 문학적 가치를 추구하며 유대감을 다지는 문학 동인의 활동은 한국근현대문학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게 사실. 국내 최초의 동인지인 ‘창조’(1919년 창간)를 비롯해 ‘폐허’ ‘백조’ 등은 1920년 전후 근대문학의 태동기에 계몽적이면서도 낭만적인 활력을 문단에 불어넣었다. 각종 정기간행물이 폐간되는 등 억압에 짓눌렸던 1980년대에는 ‘시운동’ ‘반시’ ‘시와 경제’ ‘우리 세대의 문학’ 등이 무크지라는 형식을 통해 게릴라적으로 세상과 소통했다.

그러나 동인 활동은 1990년대 이후 잦아들게 된다. 우리 문학에 시장의 논리가 강하게 적용되면서 실험적인 문학 운동보다는 스타 작가들에게 관심이 쏟아졌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다시금 활발해진 동인 활동은 이런 문학 구도에 맞선 ‘인디 밴드’라는 게 문단의 평가다. ‘문학 동인 페스티벌’을 기획한 소설가 이인성 씨의 말대로 “상업적인 스타 작가는 소수에 불과한 상황에서, 자본과 시장과 독립된 문학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자리를 마련하고자 동인 활동을 꾸리게 된 것”이다.

동인 ‘불편’의 안현미 시인은 “‘무엇을 쓰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들었던, 그래서 거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젊은 시인들끼리, 서로의 작품에 대해 애정을 갖고 읽어 주자는 취지로 2002년 말 모였던 게 동인의 출발”이라고 회고한다. 그랬던 ‘불편’은 ‘이해 불가’와 ‘극단적 실험’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최근 평단을 뜨겁게 달군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구경미 김숨 오현종 씨 등 젊은 소설가들의 동인 ‘작업’은 2000년에 결성해 하나의 테마를 소재로 한 단편을 모은 소설집 두 권을 출간하면서 독자와의 소통을 꾀하고 있다. 서정의 첨병으로 꼽히는 시 동인 ‘시힘’은 2000년대 이후 영입한 문태준 김선우 이병률 씨 등이 잇달아 스타 시인이 되면서 새삼 주목받고 있다.

동인 ‘천몽’의 시인이자 평론가인 권혁웅 씨는 “2000년대 이후 활발해진 동인 모임은 우리 문학의 척도와 시대의 단면도를 보여 주는 사례”라고 말한다. ‘나뉘어서 모이는’ 동인 활동은 그만큼 다양해진 문학 활동을 증명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인들이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기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는 게 문단의 평가다. 이인성 씨는 “동인들의 활동이 합평회와 문학 토론 등 ‘내부 모임’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저마다의 독특한 색깔을 갖춘 매체를 만들어 알리고 일반 독자와 만나는 자리를 많이 만듦으로써 세상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