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봄에 ‘괴물’이 등장했다.
14일 오늘, 에버랜드에서 운행을 시작한 우든 롤러코스터 ‘티(T) 익스프레스’다. 우든 롤러코스터는 레일 표면을 제외한 모든 재질이 나무다. 일반적인 스틸 롤러코스터와는 다르다. 쇠만큼 하중을 견디지 못하므로 각재를 조밀하게 연결해 구조물을 짓는다. 덕분에 하나의 성처럼 웅장하다. 소리도 다르다. 스틸코스터의 금속음과 달리 낮고 부드럽다. 이런 나무의 따뜻한 느낌 덕분에 친근감도 더하다. ‘우디’라는 애칭은 그래서 붙여졌다. 국내 우디는 티 익스프레스가 처음이지만 롤러코스터의 원조(1883년 미국)가 바로 이 우디다.
우디는 30여 년 전만 해도 찬밥 신세의 ‘구식’이었다. 롤러코스터의 최고 매력인 인버전(360도 원형 회전)을 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지금은 다르다. 1979년 세계 최장(2243m·운행시간 4분 50초) 우디인 ‘더 비스트’(미국 오하이오 주 메이슨의 킹스아일랜드)가 반전의 계기다. 더 비스트는 시속 104km로 45도 급경사를 질주하며 3.1g(중력가속도)에서 야기되는 가공할 공포로 사람들을 열광시킨 최첨단 우디다. 이후 우디는 세계 테마파크 시장의 ‘핫이슈’가 됐다. 21개국의 170개 우디 중 최대 경사(77도)를 자랑하며 18층 빌딩 높이(56m)에서 시속 104km로 ‘추락 급질주’를 성공시킨 ‘공포 특급’ 티 익스프레스의 환상적 라이드로 안내한다.》
○ 목재 구조물 롤러코스터 부드러운 느낌
언제나 같다. 후회막급이다. 공포는 달릴 때 느끼는 게 아니다. 실제 달릴 때는 공포를 느낄 새도 없다. 진짜 공포는 지금. 승강장을 떠나 아주 천천히 꼭대기를 향해 오르는 바로 이때다.
엄습하는 공포. 그 끝은 외마디 비명에 묻힌다. 아뿔싸. 지금이 그 순간이다. 잠시 멈춘 뒤 부드럽게 미끄러지는가 싶더니 그대로 추락이다. 경사 77도. 올림픽스키어도 간혹 포기하는 다운힐(활강) 코스의 최대 각도가 여기 절반도 못 미치는 35도 내외다. 여기서는 선택권도 없다. 동반 추락이다. 이를 악물거나 비명 지르기가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바닥은 46m 아래. 가차 없이 당기는 중력에 티 익스프레스는 추락하듯 ‘떨어졌다’. 순간 속도 104km. 8기통 6209cc 벤츠ML63 AMG(0→100km 5초 소요)보다 빠르다. 감당하기 어려운 가공할 힘이 온몸을 짓눌렀다. 그 힘은 g(중력가속도)로 표시된다. 지표면 정지 상태에서 가해지는 g포스는 1, 레일 최저점에 내리꽂힌 지금 이 순간은 4.5. 평소의 내 몸의 4.5배나 무거운 힘이었다.
어느 정도일지 가늠해보고 싶다면 유 튜브로 가보라. 미 공군 조종사 네 명이 6g까지 견디는 훈련 장면을 촬영한 모니터 화면이 있다. 모두 5g부터 심한 고통을 겪었다. 그중 한 명은 의식도 잃었다. 물론 우디의 g포스는 순간적이다. 그러니 걱정할 것은 없다. 오히려 짜릿한 희열을 느낄 테니. 좀 더 즐기고 싶다면 코스터의 뒤 칸에 타자. 훨씬 큰 힘이 걸린다.
○ 탑승시간 3분으로 국내 시설물의 2배
국내 롤러코스터의 탑승시간은 1분 20초 전후. 반면 티 익스프레스는 그 두 배인 3분이다. 그런 만큼 레일도 길다(1641m). 거기에는 인버전만 빼고 모든 코스가 다 들어있다. 8자형 S커브, 측면 360도 회전의 나선형 하강, 12개 파형을 연속 통과하는 낙타등 코스 등등. 공중부양 느낌의 ‘에어타임’도 12차례나 있다. 이것은 골과 마루를 연속으로 오르내리는 도중 마루에서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무중력상태. 전통적 우디에서는 인버전과 마찬가지로 ‘불가’ 항목이었지만 스틸코스터의 ‘스리 휠 디자인’(롤러코스터가 원심력에 의해 좌우와 위쪽으로 이탈하지 않도록 세 개의 바퀴로 레일의 세 표면을 붙잡듯이 달리게 하는 방식) 채용 이후 가능해졌다.
티 익스프레스의 설치 제작사는 스위스의 인타민. 보노모 부사장은 “미국 유럽의 전문가가 매년 전 세계 어트랙션을 평가하는데 지난해 10점 만점을 받은 10여 개 중 2개가 우리 제품”이라면서 “그 두 개의 장점을 두루 살린 것이 에버랜드의 티 익스프레스”라고 말했다.
조성하 여행전문 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