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따라 세계일주]호주 애들레이드 프린지 페스티벌

  • 입력 2008년 3월 14일 03시 01분


《보통 호주 하면 시드니와 오페라하우스를 떠올리지만, 호주가 자랑하는 문화 중심지는 중남부 해안가에 자리 잡고 있는 애들레이드다.

기타 축제, 클래식 축제, 아트 프린지,코미디 축제 등 1년 내내 문화 축제가 열린다.》

○ 예술가 3000명, 관객 80만 명,작품 543개… 남반구 최대 축제

애들레이드에서는 2년에 한 번씩 각국 공연기획자끼리 만나 서로의 공연을 사고파는 일종의 ‘공연마켓’이 열린다. 올해도 500여 명의 각국 공연관계자가 모였다. 이런 공연마켓을 개최하는 이유는 각국의 문화 교류를 활발히 하기 위해서지만 제일 큰 목적은 자국의 공연을 해외 마케터들에게 선보여 수출하기 위해서다. 이번 애들레이드 아트마켓에 참가한 공연도 절반 이상이 호주 팀이었다.

이런 공연마켓에 일반인들은 참여할 수 없다. 문화 향유보다는 비즈니스를 위해서 공연기획자들만 객석에 앉아 여러 편의 공연을 연거푸 본다. 지구상에서 박수에 가장 야박한 관객은 공연기획자들 같다. 공연을 살지 말지를 냉정하게 결정해야 하는 만큼 작품성이 뛰어난 공연이건 배꼽 잡게 하는 코미디건 기획자들이 앉은 객석의 분위기는 무반응이다.

하지만 애들레이드에서는 공연관계자를 위한 아트마켓 외에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호주 최대의 문화 축제가 동시에 열린다. 바로 애들레이드 프린지 페스티벌인데, 영국의 에든버러 페스티벌을 벤치마킹한 공연 축제다.

아시아태평양지역 최대의 공연 축제답게 3000여 명의 예술가가 참여하는 543가지의 공연이 한 달 동안 5500여 회 펼쳐진다. 교회, 학교, 거리, 펍, 공원, 식당 등 임시로 설치된 극장이 280개, 관객은 80만 명이 넘는 그야말로 적도 밑 남반구의 최대 잔치였다.

이번 축제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호주 태즈메이니아에서 온 ‘언더웨어(underwhere)’라는 작품이었다. ‘언더웨어’의 공연이 있던 날, 공연 장소인 애들레이드 시내 도서관을 찾아갔더니 도서관 앞 계단에서 관객들이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서성이고 있었다. 다들 공연장을 잘못 찾았거니 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일어나 자신을 따라오라고 했다. 그렇게 줄을 지어 몇 분을 걸어가 보니 어느 건물 앞 맨홀 근처였다. 그곳이 공연장이니 대충 앉으라는 말에 관객들은 보도블록을 방석 삼아 바닥에 앉았다. 그러자 맨홀 뚜껑이 갑자기 움직이더니 배우가 고개를 내밀며 등장했다.

○ 맨홀 밑 공연-사일런트 디스코 등 기발하고 신선한 이벤트 가득

‘언더웨어’는 혼란스러운 이 시대의 모습을 우리 발밑에 존재하는 지하세계에 빗대어 표현한 작품이었는데 맨홀 밑 지하세계의 끝을 알 수 없는 암흑과 얽히고설킨 전선들, 그 미로를 통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사연들, 그리고 반복되는 고통과 혼란을 표현했고, 그곳으로 인도하는 입구가 바로 맨홀인 거였다.

공연이 끝난 후 이색적인 경험에 공연 관계자를 만나 “지하에서 공연하니, 공연장도 필요 없고 좋겠네요. 돈도 안 들고!” 하고 말을 건넸다. 그러자 그 관계자는 손사래를 치며 “남들이 공연장 구하러 다닐 때, 우리는 온 도시의 무거운 쇠뚜껑을 죄다 열고 다녔는 걸!” 하며 웃었다.

예술 축제에 잘 어울리는 아기자기한 이벤트도 많았다. ‘사일런트 디스코(silent disco)’가 특히 인기가 많았는데 프린지 페스티벌의 메인 부스 옆에 설치된 멋진 야외 디스코 클럽이다. 단, 귀청이 떨어지도록 시끄러운 음악이 없다. 사람들은 각자 헤드폰을 끼고 혼자만 음악을 듣고 춤을 추는 것이다. 주변에서 보는 사람에게는 음악도 없이 엉덩이를 사방으로 흔들어가며 춤을 추는 그들이 마치 광대처럼 보일 뿐이었다.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하자 디스코장보다 밖이 더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이미 그곳은 이벤트가 아니라 멋진 퍼포먼스의 장이었다.

÷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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