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세의 여성 작가가 20세의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자신이 스무 살이었을 적의 시기가 아니라 요즘 20세를. 대부분의 소설가들이 자신이 속한 세대의 이야기를 쓰거나 자신의 과거 경험을 토대로 작품을 만든다는 걸 생각하면, 장정옥(51) 씨의 ‘스무 살의 축제’는 모험이다. 그는 이 모험적인 소설로 2008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됐다.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유리. 남자 친구와 헤어졌고, 얼떨결에 그 친구의 개를 떠맡았고, 새 남편과 살고 있는 철없는 엄마는 수시로 딸에게 전화해서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성인으로서 활짝 피어나야 할 스무 살 나이의 유리가 놓인 처지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찾아간 D시에서는 ‘나비축제’가 한창이다. 작가는 나비축제와, 인생에서 축제와도 같다는 스무 살을 맞은 유리를 겹쳐 놓으면서, 주인공이 그늘을 걷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우연히 만난 남자와 의기투합해 축제에서 롤플레잉게임을 하면서, 유리는 관성적으로 남자 친구를 사귀었던 것과는 다른, ‘사람과 사람이 관계 맺는다는 것’에 대해 성찰하게 된다. 현실은 이상과는 다르다는 것, 사랑도 가족도 그렇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유리는 성장한다.
요즘 젊은이들의 모습과 가깝게 그리고자 애쓴 작가의 노력이 작품 곳곳에서 엿보인다. 그런 한편 시대는 달라도 스무 살 성장통의 아픔은 같으리라는 믿음을 만날 수 있다. 심사위원들은 “안정된 필력과 구성력을 갖춘 작품”이라고 평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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