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헌-권상우 “굳어진 이미지와 한판 붙었습니다”

  • 입력 2008년 3월 18일 02시 58분


■ 영화 ‘숙명’ 주연 32세 동갑내기 송승헌-권상우

배우 송승헌과 권상우에게 이번 영화 ‘숙명’의 의미는 특별하다. 대표적인 한류스타인 둘은 최근 몇 년간 신문의 문화면뿐 아니라 사회면에서도 볼 수 있는 배우였다. 불법 병역면제 사실이 적발된 뒤 입대했던 송승헌에게 이 영화는 2006년 말 제대 이후 첫 작품이다. 전 소속사와의 법정 공방을 겪었던 권상우는 최근 드라마 ‘못된 사랑’에 출연했지만 시청률은 기대에 못 미쳤다.

그러나 팬들의 사랑은 여전하다. 17일 시사회가 열린 서울 용산 CGV에는 플래카드를 든 한국과 일본의 팬들이 가득했다. 시사회 직후 모습을 드러낸 두 배우는 긴장한 듯 보였다.

“오랜만의 출연이라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어떤 분들은 드라마를 통해 기존의 ‘부드러운 남자’ 이미지로 무난하게 복귀하라고 말씀하셨죠. 이 영화를 선택한 것에 대해 반대도 많았지만 저는 전과 달리 남자답고 거친 역할을 해보고 싶었어요. 흥행이 되면 좋겠지만 ‘송승헌한테도 저런 면이 있었네’라는 소리만 들어도 만족합니다.”(송)

영화 속에서 두 배우는 친구였다가 적이 된다. 송승헌이 때리고 맞고 구르는 과격한 액션을 보여주는 데 비해 차갑고 독한 악역을 맡은 권상우는 행동 대신 현란한 ‘구강 액션’으로 의외의 웃음을 유발한다. 동정의 여지도 있는 인물이다.

“동정이 안 가는 악역이면 안 하죠. 영화를 찍고 100을 다 얻는 것은 욕심이지만 60∼70은 얻은 듯합니다.”(권)

권상우에겐 이번이 첫 악역이다. 이미지에 대한 걱정은 없었을까.

“(농담조로) 광고 끊긴 지 꽤 됐고요. 내가 충족될 수 없으면서 그 외의 것을 얻을 수 있는 역할과 저 자신이 충족되지만 얻을 게 없는 역할이 있을 때 지금 제 상황에서 뭘 선택할지는 당연한 거죠.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는 게 가장 큰 숙제입니다.”(권)

1976년생 동갑내기인 둘은 절친한 사이다. 그러나 송승헌은 “친한 게 이번엔 별 도움이 안 됐다”며 웃었다. 심각한 분위기인 이번 영화에선 서로를 보면 자꾸 웃음이 나는 게 곤란했기 때문.

“경쟁심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 서로 더 열심히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노출 장면이 있었고 국내 최고 ‘몸짱’인 상우 옆에서 벗으려니 부담이 됐죠. (평소) 운동도 같은 곳에서 하는데 상우는 제가 온 지 1시간 후에 나타나 저보다 30분 먼저 나가요. 그래서 ‘저놈은 뭘 먹기에 저럴까. 타고난 건가’ 생각했어요. 정말 운동을 대충 하거든요.”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제작단계에서 20억원에 日 수출 계약▼

○ ‘숙명’은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 데뷔한 김해곤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어둠의 세계를 휩쓸던 친구 우민(송승헌)과 철중(권상우)은 카지노 습격사건을 계획하지만 철중의 갑작스러운 배신으로 모든 것이 달라진다. 이때부터 두 남자의 운명은 계속 엇갈리며 파국을 향해 달려간다. 영화는 뭔가 ‘센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듯 두 시간 내내 내지르기만 한다.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아 2시간의 상영시간이 지루하게만 느껴진다. 이 남자들 사이의 ‘화학’ 작용에 공감하긴 힘들다. 다만 이들의 ‘물리’적인 폭력에 움찔할 뿐. 우울하고 고독한 주인공 우민의 캐릭터는 멋지게만 포장돼 있다. 기억에 남는 것은 배우들의 부릅뜬 눈과 쇠파이프뿐이다.

두 배우 자체가 최대 볼거리. 한류 스타에 힘입어 제작 단계에서 이미 일본에 200만 달러(약 20억 원)에 판매됐다. 마지막에 이 배우들이 웃통을 벗고 운동하던 추억의 회상 장면은 ‘팬 서비스’임이 분명하다. 청소년 관람불가. 20일 개봉.


▼영상 취재 : 신원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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