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379>與善人居, 如入芝蘭之室

  • 입력 2008년 3월 20일 03시 02분


與(여)는 원래 여러 손이 무엇을 든 것을 나타낸 글자이다. 여기서처럼 전치사로서 ‘∼와 함께’의 뜻으로 많이 쓰인다. 給與(급여)나 授與(수여)처럼 주다의 뜻, 許與(허여)처럼 인정한다는 뜻이 있다. 또 參與(참여)하거나 干與(간여)하다의 뜻과 함께하다의 뜻도 있다. 善(선)은 羊(양)과 言(언)이 합해진 글자이다. 본의는 부드러운 말 또는 상서로운 말이다. 착하다 또는 좋거나 훌륭하다의 뜻이 있으며, 뛰어나다 또는 빼어나다의 뜻도 있다. 선량한 사람이나 훌륭한 사람이 모두 善人(선인)에 속한다. 居(거)는 웅크려 앉은 모습의 글자로서, 자리를 차지하거나 居處(거처)하다 또는 살아간다는 뜻이다. 居間(거간)은 사이에 있으면서 다툼을 조정하거나 흥정을 붙이는 것을 뜻한다. 居安思危(거안사위)는 편안할 때에도 언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생각한다는 뜻으로 ‘左傳(좌전)’에 보인다. 如(여)는 ‘∼와 같다’의 뜻이다. 芝(지)는 향초의 일종으로 구릿대라고도 부른다. 또 버섯의 일종인 영지를 가리키기도 한다. 蘭(란) 역시 대표적인 향초로서, 훌륭한 친구를 蘭客(난객)이라고도 한다. 芝蘭室(지란실)은 훌륭한 이가 거처하는 곳 또는 좋은 환경을 의미한다. 芝蘭之交(지란지교)는 서로 이끌며 감화를 주는 좋은 사귐을 뜻한다.

향초 가득한 방이든 괴이한 냄새의 건어물 시장이든, 그곳에 오래 있으면 그 냄새가 나지 않는다. 냄새가 조금씩 자신의 몸에 배기 때문이다. 사람과의 어울림 역시 같다. 훌륭한 이와 같이 오래 지내다보면 어느 틈에 감화되고 본받아 따라가게 된다. 못된 자와 지내는 경우도 이치는 같다. 훌륭한 이와 오래 함께할 수 있음은 분명 커다란 복이다. ‘孔子家語(공자가어)’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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