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15년만에 또 16세 소녀役 “통통 볼살로 나이 가려요”

  • 입력 2008년 3월 20일 03시 02분


■ ‘남사당의 하늘’ 바우덕이 김성녀

“잠깐만요.” 자리에 앉은 김성녀(58·사진)는 가방에서 약부터 꺼내 입 안에 털어 넣었다. 2월 모노극 ‘벽속의 요정’을 끝내자마자 연극 ‘남사당의 하늘’(연출 손진책)의 연습에 들어간 그는 “쉴 틈 없이 연습해서 그런지 독한 감기가 떨어지지를 않는다”고 했다. 얼마 전엔 1주일간 입원도 했다고 했다.

27일 아르코예술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남사당의 하늘’은 한국연극협회 주최로 열리는 연극 100주년 기념행사의 첫 공연. 전통 기예 집단인 남사당의 첫 여성 꼭두쇠 ‘바우덕이’의 일생을 통해 배우의 삶과 애환을 그린 작품이다. 1993년 초연돼 그해 백상예술대상 대상 작품상을 비롯한 4개 부문을 수상했고 서울연극제에서도 대상 여자연기상 등 5개 부문을 휩쓴 작품. 그는 15년 전과 마찬가지로 주인공 ‘바우덕이’를 맡았다.

“배우는 무대에서 나이가 없다지만 무안하죠. 이 나이에 16세 소녀부터 연기해야 하니까. 목소리가 여린 편이고 ‘동안’이라서 그나마 다행이에요.”

그는 ‘동안’의 비결을 ‘볼살’이라고 말했다.

“젊었을 때는 귀하게 사는 맏며느리상이라고 해서 배우로서 싫었어요. 나이가 드니까 요 ‘볼살’ 때문에 연령대를 넘나드는 배역을 하는 것을 보니 삶은 역시 양면성을 갖고 있는 것 같네요.”

얼마 전 막을 내린 ‘벽속의 요정’에서 그는 5세 소녀 역부터 할머니까지 폭넓은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15년 전 극단 미추의 배우들은 ‘남사당의 하늘’을 위해 10개월간 풍물 버나 살판 덧뵈기 등 남사당의 기예 대부분을 직접 익혀서 소화해 화제가 됐다. 그는 “이번엔 작품 선정이 늦게 발표되어 연습 시간이 한 달밖에 안 돼서 걱정”이라며 “아침부터 연습을 시작해 오후 11시를 넘기기 일쑤”라고 했다. 김성녀 외에도 초연 때 열연했던 윤문식(곰뱅이쇠) 김종엽(김노인) 등 주요 배우들이 그대로 참여한다. 그는 “15년이라는 세월이 실감나는 게 예전 공연 때 날아다니던 윤문식 씨가 ‘어이구 허리야∼’라고 호소한다”며 웃었다. 4월 6일까지. 1만 원. 02-760-4877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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