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발레의 자존심,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가 내한한다.
12년 만에 내한하는 ABT의 무대는 팬들이 일찌감치 손꼽아 기다려 온 올해 가장 큰 무용 공연. ABT는 러시아 발레가 빛을 잃으면서 프랑스 ‘파리 오페라 발레단’, 영국의 ‘로열 발레단’과 더불어 세계 3대 발레단으로 떠올랐다. 영화 ‘백야’로 유명한 미하일 바리시니코프를 비롯해 조지 밸런친 등 수많은 스타가 ABT에서 활동했다.
○ “희극적이고 화려한 무대… 초보관객에게도 편해”
이번 내한 공연에서 ABT는 대표 작품인 ‘돈키호테’를 선보인다.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이 정신차릴 수 없을 만큼 유쾌한 작품”(무용평론가 유형종)이라는 평처럼 ‘돈키호테’는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희극적인 성격이 강하고 무대 세트도 화려해 평소 발레를 많이 접해 보지 않은 관객도 편하게 즐길 수 있다. 다이내믹함과 경쾌함이 특징인 ABT의 특징을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돈키호테’는 스페인 작가 세르반테스의 동명 소설이 원작. 발레에서는 소설의 주인공인 돈키호테와 산초가 조연에 머물고, 선술집 주인의 딸 키트리와 가난한 이발사 바질리오의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돈키호테’ 공연에 앞서 ABT의 주역 무용수가 모두 등장하는 갈라 공연도 펼쳐진다. 갈라 공연에서는 국내에서 초연되는 ‘에튜드’와 ABT의 신작 등 2편이 선보인다. 신작은 6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무대에서 세계 초연 예정인 작품으로 제목은 미정이다.
○ ABT 간판 무용수들의 갈라 공연도 볼만해
이번 공연에서는 ABT의 간판 무용수가 총출동한다. 첫날 무대에 서는 팔로마 헤레라와 앙헬 코레야는 ABT의 스타 무용수. 17세 때부터 주역을 맡아 온 헤레라는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스페인 춤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돈키호테’에 걸맞은 이미지의 무용수다. 헤레라의 파트너인 코레야는 빼어난 무대 매너로 ‘왕자다운 카리스마를 지닌 무용수’다.
질리언 머피도 국내에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ABT의 스타 발레리나. ‘돈키호테’는 무용수들이 화려한 테크닉을 선보일 수 있는 장면이 많은데 머피는 힘 있는 턴(회전)으로 유명하다. 내한 무대에서는 노련미가 돋보이는 스타 발레리노 이선 스티펠과 호흡을 맞춘다.
시오마라 레이에스는 쿠바 출신 무용수로 아기자기한 춤으로 유명하다. 레이에스와 짝을 이루는 에르만 코르네호는 ABT에서 가장 기교가 뛰어난 남자 무용수로 꼽힌다. 키가 175cm가 안 되는 ‘단신’이지만 신체 비례가 좋고 카리스마가 뛰어나다.
마지막 날 무대는 미셸 와일스와 데이비드 홀버그가 장식한다. 세계적 발레 콩쿠르인 바르나에서 금상을 수상한 와일스는 3년 전부터 ABT 주역 무용수로 활동해 왔으며 힘이 넘치고 기교가 뛰어나 흔히 ‘미국적인 발레리나’로 꼽힌다. 홀버그는 2년 전 주역 무용수로 발탁돼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기대주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갈라 공연은 7월 31일(3만∼15만 원), ‘돈키호테’는 8월 1∼3일(4만∼20만 원). 02-399-1114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국내 톱 무용수들이 뽑은 ABT 최고 무용수는
‘제2의 바리시니코프’ 코레야의 춤 설레요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의 주역 무용수들이 모두 무대에 서는 이번 공연은 국내 톱 무용수들도 손꼽아 기다리는 무대.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김주원은 “첫날 오프닝 무대에 서는 팔로마 헤레라와 앙헬 코레야의 ‘돈키호테’가 기대된다”고 꼽았다. 그는 “두 사람 모두 힘이 넘치고 기교가 뛰어나 ABT다운 ‘돈키호테’를 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BT에서 활동했던 유니버설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강예나는 “첫날과 둘째 날 공연은 예약했고 나머지 두 공연도 모두 볼 생각”이라며 “‘개인적으로는 턴이 뛰어난 질리언 머피의 춤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황혜민은 옛 친구인 미셸 와일스의 공연을 꼽았다. 그는 “10여 년 전 워싱턴 키로프발레학교를 다닐 때 반에서 가장 뛰어났던 무용수가 와일스”라며 “어린 나이였지만 와일스의 테크닉은 그때도 뛰어났는데 이후 어떻게 성장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남자 무용수들은 발레리나보다 발레리노에 따라 공연을 선택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엄재용은 첫 공연을 골랐다. 그는 “남자 무용수에게 ‘돈키호테’는 다른 작품보다 기교적인 면에서 힘들다. 특히 3막에 나오는 남자 무용수의 솔로는 테크닉을 선보일 수 있는 춤인데, 기교가 뛰어난 앙헬 코레야의 공연이 보고 싶다”고 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이현준은 이선 스티펠 공연을 먼저 꼽았다. “남자 무용수로는 드물게 발이 예쁘고 발로 섬세한 표현을 하면서도 카리스마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발레단의 정주영은 “남자 무용수라면 ABT에서 활동했던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에 대한 로망이 있다”며 “‘제2의 바리시니코프’로 꼽히는 코레야의 공연이 기대된다”고 꼽았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ABT 내한 공연 일정 일시 작품 주연 7월 31일 오후 8시 갈라 팔로마 헤레라, 질리언 머피, 이선 스티펠, 호세 마누엘 카레뇨 8월 1일 오후 8시 돈키호테 팔로마 헤레라(키트리) 앙헬 코레야(바질리오) 8월 2일 오후 3시 시오마라 레이에스(〃) 에르만 코르네호(〃) 8월 2일 오후 8시 질리언 머피(〃) 이선 스티펠(〃) 8월 3일 오후 4시 미셸 와일스(〃) 데이비드 홀버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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