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푸드]나른한 봄날… 입맛 돋우는 ‘식욕’ 한 방울 똑!

  • 입력 2008년 3월 21일 02시 57분


《봄이 오면 몸이 나른해지면서 식욕도 떨어진다. 자연스레 식욕을 돋우는 음식을 찾게 된다. 봄철 별미나 특급호텔 주방장의 손을 거친 특선 요리를 머릿속에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한 스푼만으로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아 주는 게 있다. 바로 향신료다. 독특한 향과 질감, 색깔의 향신료는 음식에 색다른 맛을 더한다. 향신료는 식물의 열매, 씨앗, 껍질, 꽃의 일부로 향이 나면서 먹을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친숙한 향신료는 생강, 마늘, 후추 등으로 한정돼 있지만 향신료의 종류는 아주 많다. 넛맥, 샤프란, 올스파이스, 커민, 코리앤더, 강황, 클로브 등이 한국 사람들에게도 제법 익숙해진 향신료다. 식욕을 돋우는 향신료와 향신료 조리법을 소개한다.》

향신료 이용한 음식 조리법

○ 만병통치약으로 통해 금보다 비싼 값 받기도

향신료는 좋은 향기와 먹음직스러운 색으로 식욕을 자극한다.

향신료의 기분 좋은 향은 예부터 향료나 향유를 만드는 데 사용됐다. 이 특별한 향은 향신료에 들어 있는 휘발성 기름인 정유가 낸다. 향신료의 매운맛 성분인 고추의 캅사이신, 생강의 진저롤, 후추의 채비신, 마늘의 알리신, 겨자의 아릴겨자유 등은 식욕을 촉진하고 소화를 돕는다. 또 음식이 쉽게 상하는 것도 막아준다. 열대 지방일수록 음식에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는 것도 음식 보존과 관계가 있다.

향신료의 어원인 라틴어 ‘species’ 는 ‘약품’이라는 뜻이다. 향신료의 일종인 육두구가 17세기 영국에서 같은 분량의 금만큼 비싸게 거래됐던 이유도 흑사병이나 오한을 치료하는 만병통치약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만병통치약까지는 아니지만 향신료가 산화와 미생물 번식을 억제해 식품의 안정성을 높이는 기능은 있다는 연구 보고서는 속속 나오고 있다.

고려대 식품영양학과 김영순 교수는 “향신료에 들어있는 자극성분, 특히 매운맛 성분은 소화기 점막을 자극해 중추신경 작용을 활발하게 한다”며 “소화기관에 들어오는 혈액량이 많아지면서 소화액 분비를 증대시키고 동시에 장의 연동운동이 촉진돼 영양분 흡수력도 높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향신료는 고기의 노린내와 생선의 비린내처럼 역한 냄새를 없앤다. 정향은 방향유 함량이 20%에 달해 원재료의 향을 없애버릴 정도로 향기가 강하다. 이 때문에 햄이나 고기에 직접 꽂아 요리하기도 한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대 기자

○ 쓴맛 내는 ‘샤프란’ 10만 배 희석해도 제 맛

넛맥은 장금이의 혀를 마비시킨 약재 ‘육두구’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친숙한 향신료다. 사향처럼 그윽하고 좋은 향이 나 한때 향수 재료로 쓰였다. 맛은 약간 쓰고 맵다. 크림소스, 그라탕에 사용된다. 넛맥은 알갱이째 구입해서 쓰고 사용하기 전에 갈아서 쓴다. 넛맥에 함유된 알칼로이드는 독성이 있다. 너무 많이 먹으면 경련을 일으키거나 불면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조금만 사용해야 한다.

고수(코리앤더)는 멕시코의 살사, 인도의 커리, 중동의 필라프 등 전 세계의 자극적인 요리에 고루 쓰인다. 상큼한 레몬과 비슷한 향과 옅은 단맛이 난다. 유럽에서는 소스를 만드는 데 향료로 쓴다.

소도구(카르다몸)는 ‘향기의 왕’으로 불리는 향신료다. 청량감이 있어 식욕을 돋우는 데 좋다. 과자 등에 부향료로도 사용된다. 쉽게 향이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분말 상태보다는 통째로 소량씩 구입하는 것이 좋다. 분말에서 장뇌 향기가 나는 것이 신선하고 좋은 것이다.

‘지중해의 금’으로 불리는 샤프란은 10만 배로 희석해도 금빛이 나는 향신료로 요오드 향과 쓴맛이 난다. 지중해, 중동, 인도에서 쌀 요리나 수프에 많이 사용한다. 사용하기 직전 미지근한 물이나 육수를 부어 10분 정도 우려내서 조금만 사용한다.

올스파이스는 후추알과 비슷하게 생겼다. 정향, 시나몬, 넛맥의 향이 모두 난다고 해서 올스파이스란 이름이 붙었다. 피클을 만들 때 사용한다. 맛과 향을 쉽게 잃기 때문에 통째로 사는 게 좋다.

커민은 다른 냄새를 모두 감출 정도로 향이 강하며 톡 쏘는 쓴맛이 난다. 인도의 커리 요리나 탄두리 치킨에 사용된다.

커리의 노란색과 머스터드의 노란색은 강황(튜메릭)이 빚어내는 색이다. 주황색의 고운 가루로 생강과 비슷한 맛이 난다. 요리 마지막에 넣어야 쓴맛이 나지 않는다. 강황의 커큐민 색소는 치매 예방과 항암 효과가 있다.

클로브(정향)는 톡 쏘는 맛이 생각날 때 사용하면 그만인 향신료다. 식품 방부제로 쓰이며 치과에서 진통제로 사용되기도 한다. 혼합향신료에 많이 사용되며 봉오리로 구입해서 직접 갈아 쓰는 게 좋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대 기자
○ 음식과 궁합 맞춰야 효과

향신료의 맛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재료와 궁합을 맞춰야 한다. 쇠고기와 돼지고기에는 올스파이스와 정향, 고추가 어울린다. 닭고기와 생선에는 샤프란, 겨자, 마늘, 생강이 어울린다.

향신료는 통째로 사서 사용하기 직전에 갈아 써야 좋은 향을 낼 수 있다. 오랫동안 보관하면 변질될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한 만큼 사는 게 좋다. 대부분의 향신료는 6개월 정도 보관할 수 있다. 밀폐용기에 넣어 습기가 없는 서랍에 넣어둔다. 가루로 빻은 향신료는 음식이 다 익어갈 때 넣어야 향을 살릴 수 있다. 오랫동안 끓여야 하는 스튜 종류는 향을 서서히 우려내기 위해 향신료를 통째로 넣은 뒤 마지막에 건져주면 된다.

○ 외국인 많은 한남동-이태원서 구하기 쉬워

서울에서는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용산 주변에서 외국 향신료를 살 수 있다.

한남동 단국대 앞 한남슈퍼마켓(02-702-3313)은 외교관과 상사 주재원 부인 등 서양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수입 식품점이다. 고수, 샤프란, 커민, 강황 등 다양한 향신료를 취급한다. 이태원역 인근에 있는 포린푸드마트(02-793-0082)는 이름 그대로 외국 식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이다.

옥수동 한남하이츠 아파트 지하상가에 있는 해든하우스(02-2297-8618)도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남대문 수입상가 D동 지하에 있는 일성상회(02-755-7568)는 향신료 마니아들 사이에 다양한 향신료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파는 곳으로 소문난 곳이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있는 스타수퍼(02-2191-1234)에서도 다양한 소스와 향신료를 구할 수 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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