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평론가들에게 문학과 잘 어울리는 가수가 누구냐고 물었다. 공통된 답은 김광석(사진). 짧은 생애도, 맑고 서정적인 목소리도, 아픔과 허무가 배어 있는 노래도 문학적이다. 30대가 되면 ‘서른 즈음에’를 부르고, 실연을 하면 ‘사랑했지만’의 가사가 와 닿았던, 운동권 출신이었지만 거기에 갇히지 않고 보편 정서로 다가왔던 가수. 한성우(37) 씨의 단편 ‘아, 김광석’에서 군대가는 친구 K는 다방에서 ‘이등병의 편지’를 부른다. 실제로도 군대 가는 많은 청년을 위해 곳곳에서 불렸을 노래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 이 대목에서 몇몇 여자가 엉엉 소리를 내어 울었다. 이해 못할 일은 아니었다. 그런 자리에서는 누구나 조금씩은 감상적이 되게 마련이다.’ 대학 시절 대학로를 걷다가 김광석 콘서트 포스터를 보고 몰래 뜯어 집으로 가져올 만큼 김광석을 마음에 품었다는 그. “김광석이라는 이름은 ‘열망하지만 끝내 닿지 못한 무엇’을 의미했다”고 한성우는 말한다. ‘아, 김광석’의 남녀의 열렬하고 애틋한 사랑, 그러나 엇갈리는 결말처럼.
‘그녀는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정오가 될 때까지 바다 앞에 앉아 있었다. 버림받은 난쟁이처럼. 그 모습은 몹시 고독해 보였고 그녀가 듣고 있는 노래는 그날도 김광석이었다.’(윤대녕, ‘사슴벌레 여자’에서)
클래식만 듣던 소설가 윤대녕(46)은 아내를 통해 김광석을 알게 됐다. 김광석이 세상을 떠난 뒤 팬들이 두고두고 그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보았다. 마음에 울림을 주는 목소리에, 오래도록 기억되는 가객의 모습에, 윤대녕은 “그게 아날로그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기계화에 저항하는 메시지가 담긴 ‘사슴벌레 여자’는 그렇게 나온 것이다.
생전의 김광석과 가깝게 지냈던 시인 김정환(54). 부음을 듣자마자 빈소로 달려갔는데 아무도 없어, 잘못 안 게 아닐까 했던 기억이 선연하다. “예전의 운동권 정서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지금도 김광석의 노래를 부르지요. 제도권에 진입한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을 보면서 실망하는 일이 많을 텐데, 김광석은 그 시간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이니까.”
그래서 그는 산문집 ‘할 말 안할 말’에서 그 ‘기억’이 느꼈을 고독을 짚는다. 시인의 눈이 알아챈 것은 많은 사람이 그의 쓸쓸함을 사랑했으나 정작 그 쓸쓸함이 그의 삶을 갉아먹었다는 것이다. ‘무대라는 게 삶과 죽음을 오가는 곳 아니겄냐. 청중이 없거나 청중이 빠져나간 객석이 슬프거나 해서 고독한 게 아니라 청중의 환호와 자신의 ‘육성의 열락’ 속에 몸을 맡긴다는 게 고독이나 슬픔보다 더 ‘극치의 죽음’과 일맥상통한 거 아니겄냐.’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