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나 말든가…‘온에어’ 간접광고 꼬집은 장면에 음식점 광고

  • 입력 2008년 3월 25일 03시 00분


“작가님은 그렇게 자존심이 세서 드라마마다 PPL(Product Placement·간접광고)로 범벅을 하시나 봐요?”

“배우가 회당 2000(만 원)이나 가져가니까…제작은 뭔 돈으로 해요? PPL 하기 싫으면 출연료를 깎든가!”

수목드라마에서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SBS ‘온에어’의 12일 방영분에 나온 대사다. ‘온에어’는 ‘드라마 제작 현장을 사실적으로 보여 주겠다’며 △재벌 광고주를 대상으로 한 연예인 성(性) 상납 △논공행상식으로 나눠 갖는 방송사 연말대상 행태 등 연예계의 껄끄러운 이슈를 건드렸다.

위 대사처럼 PPL을 둘러싼 방송사 내부 갈등도 여러 차례 다뤘다. PPL로 인해 촬영 도중 대본을 수정하는 등 광고주에 휘둘리는 드라마 제작 현장의 관행을 꼬집기도 했다.

PPL로 인한 제작진의 스트레스를 암시하는 장면도 빈번하다. 13일 방영분에서 주인공 드라마 작가는 휴대전화 초콜릿 MP3플레이어 등 수십 가지 PPL 상품을 확인하다가 조수에게 “대본 나온 다음 PPL 때문에 원고 수정하라 그러면 나 신경질 낸다!”며 심술을 부린다.

하지만 ‘온에어’가 방송계 PPL을 둘러싼 문제를 꼬집으면서도 정작 자기 드라마 속 PPL에는 무신경하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12일 방영분에서 PPL을 둘러싸고 극 중 인기 탤런트(김하늘)와 드라마 작가(송윤아)가 논쟁을 벌이는 장면은 ‘온에어’ 제작지원사인 ‘떡쌈시대’(고기구이 음식점) 매장에서 촬영됐다. 배경에는 ‘새 웰빙 메뉴’를 알리는 광고가 붙어 있었다.

13일 방영분에는 주인공 PD(박용하)가 어머니와 함께 이 업체 매장에 앉아 고기를 구워 먹는 장면이 나왔다.

“이렇게 싸 먹어 봐. 맛있어. 이 집이 이 메뉴로 돈을 엄청 벌었다더라. 외국에도 있대, 이 집이. 네 형도 냉면가게 말고 이런 거 했으면 좋았을 텐데….”

이 장면만 별도로 떼놓으면 40초 길이의 음식점 CF나 다름없다.

20일 방영분에 나온 한 PD는 “무리한 PPL은 안 하지만 전혀 안 한다고 하면 현실적으로 드라마 제작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PPL 관행이 불가피한 것임을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해명하고 있는 것이다.

13일 방영분에선 작가의 PPL 상품을 챙기던 보조작가가 “선생님 팬 중에 수제 비누를 만드는 친구가 있는데 계절이 바뀔 때마다 비누랑 편지를 보내온다”며 한참 비누에 관한 수다를 떤다. 이 비누 역시 ‘마이 비누’라는 업체에서 소품을 협조한 PPL이었던 것.

‘온에어’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안기복(aanboki) 씨는 “PPL을 비판하려는 의도를 보이는 동시에 PPL을 너무 정당화시키려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준희(jphh) 씨는 “모자가 고기집에서 나누는 대사는 너무 심한 PPL이었다”고 썼다. 누리꾼 박선영(gkem01) 씨는 “시청자에게 생소한 방송가 뒷얘기를 그린다는 처음의 기획 포부가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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