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최 모 씨(38)는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의 학습 지도를 위해 최근 헌책방에서 교과서를 구입했다.
요즘엔 아이들이 교과서를 학교 사물함에 넣고 다니기 때문에 집에서 볼 교과서가 한 세트 더 필요했던 것.
최씨는 "똑같은 책을 새 걸로 두 권씩 갖고 있을 필요가 없어 헌책을 구입했는데, 책 상태가 생각보다 깨끗해 새 책을 싸게 산 것 같은 기분"이라며 만족해했다.
최근 새 책 같은 헌책을 파는 헌책방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밑줄이 그어져 있거나 책장이 너덜너덜 해진 책을 솎아내고 비교적 깨끗한 헌책을 수선해 내놓는 헌책방에 독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
서울역 부근에 있는 '북오프'에는 깨끗한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어 헌책방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 곳은 일본의 유명 중고서적 기업인 북오프의 한국 1호점. 일본어 원서가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해 일본어를 공부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일본어 서적 외에 국내 서적도 손자국을 제거하는 등 북오프 18년의 노하우로 새롭게 단장해 판매하고 있다.
인터넷 헌책방 북코아(www.bookoa.com)에서는 2만 여명의 회원이 내놓은 책 2백여만권이 거래되고 있다. 서적 수로만 놓고 보면 웬만한 대형 서점이 부럽지 않다.
판매되는 모든 서적에는 인터넷 쇼핑몰처럼 구매자가 작성한 사용기가 있어 구입 전에 참고할 수도 있다.
이 업체 역시 '깨끗한 헌책 거래'를 모토로 하고 있다.
헌책방 가격 비교 사이트도 등장했다.
고고북(www.gogobook.net)에서는 60여 곳의 온라인 헌책방 상품을 비교할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헌책을 가격과 상태를 비교하면서 빠르게 찾아볼 수 있는 것.
최근 북오프에서 교재를 구입한 대학생 최진호(25)씨는 "새 학기가 되면 등록금 못지않게 비싼 교재 값이 큰 부담이었다"며 "그러나 최근 싼 가격에 새 것 같은 헌책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 늘고 있어 다소 부담이 줄어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용섭 북오프 지점장은 "인테리어 단계에서부터 헌책방의 칙칙함을 최대한 없애고 깔끔한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헌책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없는 사람'이 아닌 '현명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