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休&宿<17>그리스 산토리니

  • 입력 2008년 3월 28일 03시 01분


《신화의 땅 그리스. 그리스와 섬을 에워싼 에게 해는 신화를 잉태하고도 남을 만큼 신비롭다. 그리스의 신은 우리 신과 다르다. 행동거지는 인간 그대로다. 인간을 닮은 신. 그런 신들의 세계를 담은 신화가 태어난 곳. 하늘이 아니라 하늘을 닮은 바다, 에게 해다. 그 바다의 키클라테스 제도, 그중 신들의 모습에 가까운 섬, 산토리니로 여행을 떠난다.

▶dongA.com에 동영상》

쪽빛 바다…하얀 마을…예쁜 골목…섬 전체가 예술이네

하양과 파랑. 그리스 국기는 이 두 빛깔뿐이다. 국기뿐일까. 산토리니 역시 그렇다. 푸르디푸른 하늘과 바다 사이. 보이나니 하얀 집뿐이다. 신화 속의 신이나 살 법한 그런 환상적인 자태가 산토리니의 첫 모습이다.

아테네공항에서 50분. 산토리니의 티라 섬에 있는 공항은 시골처럼 소박했다. ‘유럽에서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관광지’라는 가이드북(www.santoriniguidebook.gr) 문구가 무색했다. 주차장을 보니 경차 천지다. 2인승 스마트 카부터 기아자동차의 모닝까지…. 세상의 경차는 모두 모아 놓은 듯하다.


조성하 동아일보 여행전문기자


조성하 동아일보 여행전문기자

○ 유럽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관광지로 꼽혀

이튿날 이아(Oia) 마을의 카티키스 호텔. 뉴욕에서 온 미국 아줌마 네 명이 이른 아침부터 부산하다. 눈앞 광경에 취해서다. 100여 m 절벽 아래 바다와 주변 섬이 펼친 그 멋진 풍광. 산토리니의 첫 아침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이렇듯 격한 감동으로 시작된다.

사실 어제 객실에 들 때까지도 몰랐다. 호텔이 절벽 구릉에 새 둥지 틀 듯 들어선 ‘위험천만’한 곳에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가 똑같다. 벼랑 위 구릉에 계단처럼 기대어 있다. 아랫집 지붕은 윗집 테라스가 되고 아랫집 돌담이 윗집 축대가 되는 식으로. 아무렇게나 들어선 듯한 성냥갑 모양의 앙증맞은 집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레고 블록처럼 짜임새가 완벽하다. 도시계획도 없었지만 손댈 틈 없이 정교했다.

이런 인상적인 풍경. 지금도 눈에 선하다. 코발트빛 바다와 스카이블루 빛 하늘, 바다를 아우르는 섬의 절벽. 그 바다를 몇몇 섬이 둘러싸고 섬과 섬 사이로 고깃배가 오간다. 그 바다에 10층 높이의 호화 유람선이 떠 있고 300m 높이 절벽 가장자리는 하얀 집들이 눈처럼 하얗게 섬을 덮고 있다. 상쾌한 일요일 아침. 들리노니 교회의 뎅그렁 종소리, 보이나니 하양 파랑의 집과 바다뿐. 과연 신들이 태어날 만하다.

몇 년 전 처음 찾았을 때는 이 절벽이 화산분화구라는 사실을 몰랐다. 동그랗게 점점이 흩어진 크고 작은 섬. 모두가 분화구다. 폭발은 3500년 전 일어났다. 얼마나 격렬했던지 지진해일(쓰나미)이 116km 밖 크레타 섬을 뒤덮었다. 미노아문명은 그렇게 수장됐다. 플라톤이 말한 ‘잃어버린 대륙 아틀란티스’가 이때 가라앉았다고 여기는 사람도 많다.

산토리니의 매력은 예서 그치지 않는다. 절벽마을의 골목 안에 숨어 있다. 골목길은 그리스 신화의 복사판이다. 신들이 펼치는 인간적인 스토리 그대로 사람 향기가 물씬 난다. 이리 굽고 저리 휜 삐뚤빼뚤한 골목길. 꼭 되는 것도 없고 도무지 안 될 것도 없이 그렁저렁 살아가는 그렇고 그런 우리네 세상사를 꼭 닮았다.

집은 왜 하얄까. 골목은 왜 이리 좁고 길까. 창은 왜 작고 천장은 또 낮을까. 꼬리에 꼬리를 잇는 질문이지만 답은 간단하다. 지진과 바람, 태양이 그것이다. 골목과 흰빛, 작은 창은 지중해의 작열하는 태양을 피하는 수단이다. 햇빛을 반사시켜 집 안을 서늘하게 하고 골목은 그늘을 드리우기 위한 조치다. 물이 나지 않는 섬에서 유일한 식수원은 빗물. 그러자니 지붕을 집수조로 활용했다. 흰색은 그 소산이다. 깨끗한 물을 받기 위해서다. 지진 피해도 끊임없었다. 그러니 다닥다닥 붙여 지을 수밖에. 흰 빛의 원료는 화산재다. 섬에 지천인 화산재는 시멘트 원료로 주요 자원이다.

산토리니의 골목을 배회하는 일은 여행객에게는 일상이다. 기념품 가게부터 전망 좋은 테라스카페와 레스토랑 등 없는 것이 없다. 골목 안 집은 모양과 장식도 같은 것이 없다. 그 많은 그리스 신 그대로다. 그래서 온종일 쏘다녀도 지루하지 않다. 게으름을 피우기에 더없이 좋은 섬. 바로 여기 산토리니다.

○ 300m 절벽 가장자리에 백색의 건물 뒤덮여

절벽 가장자리에 눈 쌓이듯 깃든 마을은 크게 세 곳. 섬 중심인 피라(Fira), 그 반대쪽의 이아와 그 사이의 이메로비글리(Imerovigli)다. 벼랑 마을의 고도는 100∼300m. 피라는 절벽 아래 나루와 계단(566개)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유람선 승객은 피라로 상륙한다. 계단은 예로부터 당나귀와 노새를 타고 올랐다. 요즘도 그런 낭만을 즐길 수 있지만 대부분은 로프웨이를 이용한다.

산토리니 여행은 경차 한 대면 만사 오케이다. 제주도보다 작다 보니 기껏 달려도 한 시간이면 끝에 닿는다. 비치도 많은데 모두 절벽 반대편 평지에 있다. 검은 모래와 자갈로 덮인 카마리 비치, 붉은 바위 아래 숨겨진 레드비치(아크로티리 소재)는 그 풍광이 기막혔다. 토플리스 차림으로 선탠을 즐기는 여성들의 천국이다.

산토리니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해질녘 풍광이다. 세상의 개벽을 실감할 정도로 황혼과 석양은 장대하다. 하얀 집과 교회가 온통 붉게 물들기 시작하면 사람들도 재잘대던 입을 다문다. 그리고 수평선 너머만 응시한다. 이윽고 깔리는 어둠. 불 밝힌 골목길은 또 다른 세상이다. 카페와 레스토랑은 사람들로 넘쳐난다. 거기서 올리브오일과 페타 치즈, 우자(그리스 전통 술)와 산토리니와인을 맛본다. 더불어 달과 별, 밤바다와 밤하늘이 어울려 빚어내는 환상의 하모니를 즐긴다. 그리스신화의 신들처럼.

산토리니=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조성하 동아일보 여행전문기자


조성하 동아일보 여행전문기자


조성하 동아일보 여행전문기자

:여행정보:

◇교통 ▽항공로=인천∼두바이∼아테네(1박)∼산토리니. 에미레이트항공을 이용하면 두바이에서 경유지 여행도 가능하다. ▽산토리니 현지=경차 렌트는 하루 35∼60유로. 한국 운전면허증도 통용된다. 섬이 작아 길 잃을 염려는 없다. 좁고 가파른 산길만 조심. ▽아테네=오가는 길에 1박씩 체류. 관광은 지하철을 이용.

◇산토리니 ▽정보=www.santorini.net ▽숙소 △카티키스 호텔=온통 하얗게 치장된 럭셔리한 스몰 부티크 호텔. 분화구 절벽(해발 100m)에 위치, 칼데라 바다와 섬 전망이 멋지다. 객실 두세 개꼴로 야외 자쿠지가 있고 선탠 데크와 야외 풀도 있다. 바다가 보이는 테라스에서 샴페인을 곁들인 아메리칸 브렉퍼스트 제공. 석양을 감상하는 야외 풀코스 디너도 있다. 전 세계 최고급 호텔로 구성된 ‘더 리딩 호텔 오브 더 월드’(www.lhw.com) 회원사로 2005년에는 그중 베스트로 선정. 세계적인 여행 월간지 ‘콩데나스 트래블러’(발행지 미국)에도 소개. 숙박료(주니어스위트 1박)는 4월 395유로, 5월 490유로. www.katikies.com ▽음식=‘지로스’는 꼭 맛보자. 터키의 케밥과 같은데 양고기 쇠고기 닭고기 중 선택한다. 피라 중심의 길가에서 먹을 수 있는데 5유로 정도. 전망 레스토랑으로는 콩데나스 트래블러가 선정한 이아 마을의 ‘Ambrosia Restaurant’(www.restaurant-ambrosia.com)을 권한다.

◇여행상품=이오스여행사(www.ios.co.kr)에서는 카티키스 호텔 3박이 포함된 6박 7일형의 자유여행 상품을 판다. 두바이 경유 항공편 이용, 아테네 2박 및 투어 포함. 272만5000원(4, 10월)∼277만5000원(5∼9월). 이 보다 싼 선록, 파노라마스튜디오 투숙 상품도 있다. 4월 19, 20일 출발시 할인. 02-511-1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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