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com]100만 원으로 30억 자산가 된 방송인 조영구 씨

  • 입력 2008년 3월 28일 03시 01분


《대학 졸업 무렵 방송국 아나운서가 되겠다고 서울로 올라왔다.

월세 20만 원짜리 방에서 서울 생활을 처음 시작했다. 소원은 중고 세탁기를 사는 것이었다. 15년이 지났다. 아나운서의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연예전문 MC가 됐다. 100만 원이 채 안 됐던 재산은 30억 원대로 불어났다. 여의도 방송가에서 ‘알부자’로 소문난 조영구 씨. 그는 자신의 재테크 경험담을 담은 ‘맨발의 재테크’란 책을 최근 펴냈다.

20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에 있는 조 씨 집에서 그를 만났다. 용산 일대가 내려다보이는 주상복합 아파트 21층인 그의 집 거실엔 따뜻한 기운이 없었다. “보일러를 꺼 놓고 살아요. 관리비가 너무 많이 나와서요.” 30억 재산가의 대답치곤 의외였다.

그가 30억 원대의 재산을 모을 수 있었던 비결은 분양받은 아파트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2001년 2억6000만 원에 분양받은 구로디지털단지 인근 43평형 아파트는 지금 7억 원이 넘는다. 2002년 5억 원에 분양받은 삼각지의 주상복합 아파트는 15억 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100만 원으로 서울 생활을 시작한 그가 아파트 2채를 분양받을 수 있었던 것은 악착같이 벌고 허튼 돈을 안 썼기 때문이다. 종자돈을 모은 비결은 바로 ‘짠돌이’로 버티기였다. 》

돈 버는 비법? 자린고비처럼 살았죠

조 씨는 1994년 10월 SBS 전문 MC공채 시험 1기로 방송계에 입문했다. 10년 넘게 방송을 했지만 목돈이 될 만한 CF 촬영 한번 한 적이 없다. 고액의 출연료와도 거리가 있다.

“용산에 주상복합 아파트를 분양하기에 6시간 줄을 선 끝에 청약을 했습니다. 경쟁률이 4 대 1이 넘었죠. 운 좋게 당첨은 됐는데 당시는 구로에 분양 받은 아파트 중도금을 넣고 있어서 여윳돈이 한 푼도 없었습니다.”

○ 친구 안 만나고 밥도 5000원짜리 이상은 안 먹어

2002년에는 주상복합 아파트 분양권 전매가 허용됐다. 당첨 직후 프리미엄만 3000만 원이 붙었다. 당첨된 사람들 중에는 3000만 원 받고 분양권을 넘긴 사람도 많다. 그도 3000만 원 챙기고 팔까 하다가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동생 말을 듣고 계약을 했다.

“구로 아파트 중도금이 한 번에 2600만 원, 용산 아파트 중도금이 5000만 원이었습니다. 원래 아파트 중도금은 6개월에 한 번씩 내는데 2개를 동시에 내야 하니까 3개월에 한 번씩 중도금 넣는 때가 돌아왔어요. 한 달에 1000만 원 이상은 벌어야 중도금을 넣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출연료를 한 번에 10만 원도 받고 20만 원도 받고 할 때였습니다. 많이 벌고 안 쓰는 수밖에 방법이 없었죠. 당시 1주일에 고정프로만 11개를 맡았습니다. 돈을 벌어야 하니까 불러만 주면 지방도 안 가리고 달려갔습니다.”

그때 한 달 수입이 1000만 원이 넘었다. 하지만 한 달 용돈은 10만 원이 채 안 됐다고 한다.

“같이 술 마시고 누가 대리운전비를 줘도 그게 아까워서 그냥 차에서 자고 다음 날 아침 목욕하고 바로 방송국으로 갔어요. 집에 들어가도 보일러를 안 틀고 전기장판에서 잤습니다. 밥도 5000원짜리 이상은 안 먹었습니다. 후배들이 생선회 사달라고 하면 ‘요즘 회 먹는 사람이 어디 있냐. 청국장이 몸에 얼마나 좋은 줄 아느냐’며 5000원짜리 청국장 먹으러 갔습니다. 친구들 만나면 돈을 모을 수가 없어서 친구들도 멀리 했어요. 목표가 생기니까 돈이 모였습니다.”

아무리 아끼려고 해도 사회생활을 하려면 경조사비는 들어간다. 한 번 만나면 바로 형님, 동생 관계를 맺는 그의 휴대전화에는 그때나 지금이나 999명의 번호가 저장돼 있다. 1000명 이상은 감당이 안 되기 때문에 999명만 ‘관리’한다고 한다.

“상가 조위금이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지만 결혼식이나 돌잔치 축의금은 몸으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축의금 내는 대신 내가 사회 본다고 하면 다들 좋아했죠. 그 당시는 결혼식 사회에 돌잔치, 회갑 잔치까지 한 달에 10번 이상 사회를 봤습니다. 그렇게 돈을 아꼈어요.”

무리해가면서까지 아파트 2채를 분양 받은 이유를 물었다. 그는 “구로 아파트를 분양 받은 뒤에는 돈을 헤프게 썼는데 목표가 생기니까 다시 돈을 아끼고 절약하게 되더라”고 했다.

후회는 없을까.

“후회도 됩니다. 내가 뭘 위해 그렇게 안 쓰고 살았나 하는 생각도 해요. 내 몸을 돌보지 않고 일을 해서 지금은 몸도 많이 상했어요. 자주 아프고 감기 한 번 걸려도 잘 낫지도 않습니다. 와이프가 ‘아픈 신랑한테 시집 왔다’고 속상해합니다.”

부동산 투자에서는 재미를 봤지만 주식에서는 ‘쓴맛’을 봤다.

“친한 후배의 권유로 2000만 원을 주식에 투자했더니 며칠 만에 3000만 원으로 불어났어요. 이렇게 쉽게 돈을 버는 방법이 있는데 전국을 미친 듯이 돌아다니며 온갖 일을 다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그게 화근(禍根)이었다. 더 많은 돈을 투자했다가 한 달 만에 1억 원을 손해봤다. 잃어버린 돈을 빨리 되찾기 위해 물 타기에 미수 거래까지 했다. 3년 넘게 10억 원이 넘는 돈을 주식에 투자해 3억5000만 원을 날렸다. 잠도 안 자고 끼니를 거르며 번 돈을 날렸다는 생각에 잠이 오지 않았다. 불면증은 우울증으로 이어졌다.

자신만 손해를 본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한테도 권유를 했다가 손해를 보게 만들었다. 그중에는 개그맨 김구라도 있다.

“조영구 그 인간이 시키는 대로 했다가 주식에서 쪽박을 찼어. 알고 보니 그 인간도 주식 하다가 완전히 빈털터리가 됐대.”

김 씨가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농담 삼아 한 이야기가 방송가에 퍼졌다. 그는 전세 아파트에 살다가 1월 결혼하면서 지금 집으로 이사를 왔다. 서울 생활을 한 지 15년 만에 또 아파트 당첨된 지 6년 만에 ‘내 집’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렇게 절실하게 갖고 싶었던 ‘내 집’에 이사 왔을 때 느낌이 어땠을까.

“괜히 들어왔다 싶어요. 한 달에 관리비가 얼마나 나오는지.”

○ 한때 주식에 현혹돼 3년만에 3억5000만원 날리기도

아파트는 47평형으로 방이 4개다. 같은 평형의 다른 집은 관리비가 80만 원에서 많게는 100만 원씩 나온다. 하지만 그의 집은 겨울에도 45만 원밖에 안 나왔다.

“겨울에 반바지에 반소매 차림으로 생활하는 사람도 많지만 우리는 긴소매에 양말 신고 거실에서도 담요 덮고 지내요. 와이프가 임신했지만 보일러는 잘 때 침실에만 틀어 놓고 그 외에는 틀지 않습니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그의 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휴대전화에서 부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와인 잔을 사야 하는데 너무 비싸. 어떻게 하지?”

“얼만데?” (잠시 침묵)

“인터넷 (쇼핑몰) 들어가서 인터넷으로 사.”

30억 원대 부자지만 100만 원 들고 서울에 왔던 15년 전처럼 아끼면서 살고 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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