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CEO여, 훔쳐라! 화가의 창조성을

  • 입력 2008년 3월 29일 02시 59분


◇그림 읽는 CEO/이명옥 지음/272쪽·1만5000원·21세기북스

“내게 있어 세상은 상식에 대한 도전이다.”(르네 마그리트)

“이미 알고 있는 것은 전혀 흥미롭지 않다.”(파블로 피카소)

“정확성이 진실은 아니다. 완전히 다른 그림을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앙리 마티스)

세계 미술사에 길이 남는 작가들. 그들은 한결같이 ‘남과 다른 것, 좀 더 새롭고 창의적인 것’을 향해 자신의 예술 인생을 다 바쳤다. 그들의 작품이 명품으로 평가받는 것도 바로 이 창의성과 새로움, 발상의 전환 때문이다.

그 창의성에 주목한 책이다. 부제는 ‘명화에서 배우는 창조의 조건’. 명화와 그 명화를 제작한 거장들의 삶에서 창조의 기술을 하나둘 불러내 보여 주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자기 계발의 기회를 갖도록 하는 책이다. 특히 직장인들이 최고경영자(CEO)들이 미술작품도 감상하고 자기 계발의 창조적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예술가들이 창조한 작품에서 그들의 창의적인 생각을 벤치마킹하는 방법, 예술가적 창의성을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미술 작가들의 새로운 시도는 대담하고 기상천외할 정도다. 마그리트는 ‘붉은 모델’(1935년)이라는 작품에서 무생물인 장화가 인간의 발로 변하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화면에 묘사했다.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를 무너뜨린 것이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대담한 초현실 덕분에 마그리트는 세계 최고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지금부터라도 마그리트처럼 사물을 낯설게 보는 훈련을 시작하라. 그 순간 권태는 사라지고 세상이 매혹적으로 보일 것”이라고 말한다.

국내 사진작가 주도양 씨의 시도도 대담하다. 사람들은 보통 고정된 각도에서 사진을 찍는다. 그러나 주 씨는 하나의 풍경을 360도로 이동해 가면서 사진으로 찍어 원을 만들어냈다. 세상을, 삶을 다시 보게 만든다. 그의 사진을 보는 내내 ‘세상은 과연 무엇인가’ ‘나는 어디 있는 것인가’ ‘나는 무엇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이는 변화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 밖에도 커피잔을 모피 털로 덮는 등 기상천외한 발상을 실현한 조지아 오키프, 기존의 틀을 깨고 추상화를 발견한 바실리 칸딘스키, 끔찍함과 추악함으로 세상에 도발한 데이미언 허스트, 다른 화가들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만화 스타일의 화풍을 개발한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저자는 국내외 화가 50여 명의 예를 들면서 “세상을 거꾸로 보라, 실체의 이중성을 파악하라, 세상의 틈새를 노려라, 뇌의 무한한 가능성을 활용하라, 끊임없이 변화하라, 전통에 도전하라, 편견 없이 천진한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라”고 강조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왜 이렇게 대담한 도발을 감행했을까. 그렇지 않으면 치열한 미술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이와 비슷한 처지가 아닐까. 그래서 더욱 실감나게 다가오는 책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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