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똑같이 ‘있다’로 풀이되는 有(유)와의 차이는 山有石(산유석)과 石在山(석재산)의 비교로 분명해진다. 有(유)는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본래 손으로 살코기를 잡은 모습의 글자로서 소유한다는 의미이다. 在(재)는 존재하여 있다는 뜻이다. 본래 흙 위에 초목이 처음 자라나는 것을 가리키며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知足(지족)은 만족할 줄 아는 것이다. 求退(구퇴)는 물러나기를 바라며 청하는 것이다.
足(족)은 원래 무릎과 정강이와 발꿈치와 발바닥의 모양을 나타낸 것으로 다리를 뜻하는 글자이다. 그런데 이 글자의 원래 뜻과는 관계없는 만족하다 또는 충족하다는 의미도 이 글자로 나타낸다. 이런 경우는 만족하다는 의미의 글자가 없어서 다리라는 의미의 足(족)자를 빌려, 즉 假借(가차)하여 사용한 것이다. 이런 것을 假借字(가차자)라고 한다.
만족할 때에 비로소 부유하고, 부족하게 느끼면 가난하다. 그런데도 언제나 위로만 비교하여 부족한 것을 찾아냄으로써 스스로 가난해지는 사람도 많다. 존귀함은 적당한 때를 알아 물러나야 그 존귀함이 빛나고 오래간다. 그런데도 어울리지도 않는 자리에서 욕심만 부리다가 추하고 천해지는 사람도 많다. ‘老子(노자)’에는 “知足不辱, 知止不殆(지족불욕, 지지불태)”라고 하였다. “만족할 줄 알면 모욕당하지 않으며, 멈출 줄을 알면 위태롭지 않다”는 말이다. 만족하고 그칠 줄 알면 작게는 모욕과 위태로움을 피하고, 크게는 부유함과 존귀함도 누릴 수 있다. 西漢(서한) 劉向(유향)의 ‘說苑(설원)’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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