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388>富在知足, 貴在求退

  • 입력 2008년 4월 2일 03시 02분


富(부)는 부유하다 또는 풍부하다는 뜻이다. 貴(귀)는 존귀하다 또는 값이 비싸다는 뜻이다. 在(재)는 존재하다 또는 있다는 뜻이다.

우리말로 똑같이 ‘있다’로 풀이되는 有(유)와의 차이는 山有石(산유석)과 石在山(석재산)의 비교로 분명해진다. 有(유)는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본래 손으로 살코기를 잡은 모습의 글자로서 소유한다는 의미이다. 在(재)는 존재하여 있다는 뜻이다. 본래 흙 위에 초목이 처음 자라나는 것을 가리키며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知足(지족)은 만족할 줄 아는 것이다. 求退(구퇴)는 물러나기를 바라며 청하는 것이다.

足(족)은 원래 무릎과 정강이와 발꿈치와 발바닥의 모양을 나타낸 것으로 다리를 뜻하는 글자이다. 그런데 이 글자의 원래 뜻과는 관계없는 만족하다 또는 충족하다는 의미도 이 글자로 나타낸다. 이런 경우는 만족하다는 의미의 글자가 없어서 다리라는 의미의 足(족)자를 빌려, 즉 假借(가차)하여 사용한 것이다. 이런 것을 假借字(가차자)라고 한다.

만족할 때에 비로소 부유하고, 부족하게 느끼면 가난하다. 그런데도 언제나 위로만 비교하여 부족한 것을 찾아냄으로써 스스로 가난해지는 사람도 많다. 존귀함은 적당한 때를 알아 물러나야 그 존귀함이 빛나고 오래간다. 그런데도 어울리지도 않는 자리에서 욕심만 부리다가 추하고 천해지는 사람도 많다. ‘老子(노자)’에는 “知足不辱, 知止不殆(지족불욕, 지지불태)”라고 하였다. “만족할 줄 알면 모욕당하지 않으며, 멈출 줄을 알면 위태롭지 않다”는 말이다. 만족하고 그칠 줄 알면 작게는 모욕과 위태로움을 피하고, 크게는 부유함과 존귀함도 누릴 수 있다. 西漢(서한) 劉向(유향)의 ‘說苑(설원)’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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