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중국 베이징에서 초연된 ‘홍등’은 장이머우 감독의 동명 영화를 발레로 옮긴 작품으로 장 감독이 발레도 직접 연출했다. ‘홍등’은 베이징 올림픽 개최 기념작으로도 선정돼 개막식 전에 공연될 예정이다. 베이징 올림픽 개·폐막식의 총연출을 맡은 장 감독을 e메일로 인터뷰했다.
―영화 ‘홍등’을 발레로 만든 계기는….
“발레작품 연출을 의뢰받았는데 딱히 떠오르는 작품이 없었다. 그때 머리에 스친 것이 영화 ‘홍등’이었다. 영화지만 무대화하기에 적합한 요소가 많다고 생각했다.”
그는 영화를 발레로 옮길 때 힘들었던 점을 묻자 “영화의 스토리를 압축하면서 무용에 맞는 새로운 구성과 이야기로 만들어내야 했던 것”이라고 꼽으며 이를 “한 권의 책을 한 장으로 줄이는 것과 같았다”고 표현했다.
―발레는 서양 예술이지만 당신의 발레에는 중국적인 색채가 짙게 드러난다. 동서양의 다른 문화를 접목할 때 어떤 점을 고려하는지.
“발레 ‘홍등’은 ‘1+1’의 창작방식을 사용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즉, 서양의 발레에 중국의 문화요소를 더한 거다. 개인적으로 이런 ‘1+1’의 방식을 매우 흥미롭게 생각한다. 이런 방식의 결합을 통해 ‘네 안에 내가 있고, 내 안에 네가 있는’ 새로운 형식이 나타난다. 이것이 지금 큰 흐름인 세계 다원화의 일면이라고 생각한다.”
발레 ‘홍등’에는 중국 전통 경극(京劇)과 그림자극도 삽입돼 있다. 또 무용수들은 하얀 튀튀(발레복) 대신 중국 전통 의상인 치파오를 입고 나온다.
―당신의 영화는 색채가 강렬하게 표현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발레 ‘홍등’에서도 조명(색채)의 사용이 돋보이는데….
“색채를 중요하게 여기는데 이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다. 가령 결말 부분에서 빨간 피가 하얀 벽에 튀는 것으로 죽음을 표현했다. 매우 강렬한 컬러의 조합인데 이건 내 개인적인 취향이다.”
―‘홍등’의 내한 공연이 4년 만에 성사됐는데 소감은….
“정말 무척 기쁘다. 이 작품에는 동양의 정서와 문화적 요소가 들어 있어 한국 관객도 친숙하게 느낄 것 같다.”
경기 성남아트센터(17∼19일), 대전 문화예술의전당(21, 22일), 경기 고양시 아름누리극장(24, 25일), 경기도 문화의전당(27일), 국립극장(29, 30일). 031-783-8000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경극배우 추가등 원작영화 설정 바꿔▼
발레 ‘홍등’은 원작 영화와 어떻게 같고, 또 다를까?
나이 많은 봉건 영주의 첩으로 들어간 주인공이 다른 첩들과 갈등을 빚은 끝에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는 이야기의 뼈대는 영화를 따르지만 인물 설정 등은 다르다.
영화에서 여배우 궁리가 맡았던 주인공은 네 번째 부인이지만 발레에서는 부인이 셋으로 줄고 주인공은 세 번째 부인으로 설정됐다. 첩들 간의 미묘한 신경전과 심리에 비중이 컸던 영화와 달리 발레에서는 첩들 간의 정치적 관계는 압축되고 남편의 역할이 커졌다.
원작과 발레의 가장 큰 차이는 주인공의 애인으로 경극배우가 추가된 것. 영화에선 경극배우 출신인 세 번째 부인이 주치의와 불륜을 맺다가 발각돼 처형당하고 주인공은 실성하게 된다. 발레에서는 주인공이 시집오기 전 애인이었던 경극배우와 몰래 만나며 사랑을 나눈다. 주인공 때문에 셋째 부인의 불륜이 발각되는 영화와 달리 발레에선 주인공의 불륜이 두 번째 부인에 의해 발각된다. 격분한 영주는 주인공과 경극배우, 고자질한 둘째 부인을 모두 죽이며 발레는 비극으로 끝맺는다. 색채감이 뛰어났던 영화처럼 발레 역시 조명을 통해 등장인물의 심리를 표현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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