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금술 재료는 어린 것으로
봄에는 맛과 향이 뛰어난 과일과 꽃이 많아 담금술을 만들기가 좋다.
국순당 주류연구소 신우창 박사는 “담금술에 넣기 위한 과일은 완전히 익은 것보다 약간 덜 익은 것, 꽃은 만개한 것보다 갓 피어난 꽃이 좋다”고 말했다. 과일은 약간 신맛이 나야 담금술의 단맛과 잘 어우러져 상큼한 맛을 돋울 수 있다. 꽃술도 꽃이 활짝 피면 향과 맛이 떨어진다. 술은 재료를 넣은 뒤에도 알코올 도수가 20도 이상이라야 쉽게 부패하지 않는다. 과일은 수분 함량이 80∼95%이므로 밑술의 알코올 도수가 30∼35도 정도라야 적당하다. 꽃이나 약재처럼 수분이 적으면 알코올 도수가 25∼30도 정도면 된다.
재료와 술을 골랐으면 재료 대비 술을 3∼4배로 붓는다. 말린 한약재는 5∼10배 붓는 게 좋다. 한약재는 성분이 잘 우러나게 하려면 잘게 부숴 삼베 주머니에 넣고 술을 담가 보자. 재료에 따라 짧게는 며칠에서부터 길게는 6개월 후에 재료를 건져내야 담금술이 만들어진다. 오래 두면 좋은 줄 알고 1년 이상 두는 사람도 있는데 이럴 땐 아무리 밀봉을 잘 해도 재료에서 나오는 유기산 때문에 맛이 쉬 변한다.
○ 뚱뚱한 사람은 귤껍질, 율무 담금술
담금술은 체질에 따라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한다.
태을양생한의원 허담 원장은 “뚱뚱한 사람은 몸 안의 기가 제대로 돌지 않아 노폐물이 많이 쌓이는 체질로 귤껍질, 율무, 결명자, 호박 등 노폐물을 배출시키는 것을 도와주는 약재를 담금술에 사용하면 좋다”고 설명했다.
반면 마른 사람은 기혈이 부족하므로 인삼, 황기, 당귀 등 뿌리 약재나 산수유, 구기자, 오미자 등 열매 약재를 활용하면 좋다. 움직임이 활발하며 쉽게 흥분하고 갈증을 쉽게 느끼며 찬 음식을 좋아하는 양 체질은 에너지를 분출시키는 경향이 있어 음 성분이 함유된 약재를 사용하면 몸의 균형에 좋다. 지황, 산수유, 알로에, 구기자, 오미자가 그런 것들이다.
반면 말수가 적고 나서기 싫어하며 갈증도 별로 느끼지 않는 음 체질은 열기를 보충할 수 있는 인삼, 황기, 생강, 대추, 소엽, 감초 등이 좋다. 곡물류로 담근 술도 어울린다.
○ 봄철 담금술 5선
곧 산천에 진분홍빛으로 흐드러질 진달래는 식용 봄꽃의 대표 주자다. 생으로 먹어도 되고 화전으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철쭉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철쭉은 독성 때문에 먹지 않는다. 진달래는 꽃잎 안쪽에 검은 점이 없으며 부드러운 형태로 둥글게 핀다. 철쭉은 잎이 먼저 나오는 반면 진달래는 꽃이 먼저 피었다 진다.
진달래의 꽃술을 제거하고 체를 이용해 흐르는 물에 가볍게 씻은 뒤 담근다. 30∼35도짜리 술을 골라 술과 꽃을 3 대 1 정도로 넣는다. 서늘한 곳에 보관하다 3∼4개월 뒤 꺼내 체에 밭쳐 진달래꽃을 건진 뒤 마신다.
진달래술은 신경통, 천식, 두통, 월경 이상에 좋다. 맛과 향이 그윽하므로 안주도 향이 너무 강하지 않은 게 좋다. 스타일리스트 정미현 씨는 진달래술에 어울리는 요리로 카나페 요리를 추천했다. 달걀을 삶아 노른자에 마요네즈, 머스터드소스, 꿀을 넣어 섞고 짤 주머니에 넣어 흰자위에 짜 넣으면 완성된다. 분홍빛 진달래주와 개나리색 달걀 카나페는 보기에도 잘 어울린다.
딸기가 너무 익으면 과육이 풀려서 자칫 담금술이 탁해질 가능성이 있다. 적당히 익은 것으로 고른다. 딸기만 단독으로 넣어도 달콤한 맛과 향기가 일품이지만 레몬, 매실을 첨가하면 2% 부족했던 신맛이 보충돼 더욱 맛나는 담금술이 완성된다. 딸기 2kg과 레몬 4, 5개를 30도 술 5L에 넣으면 된다.
딸기는 꼭지를 떼어내고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뒤 물기를 빼서 사용한다. 레몬은 껍질을 벗긴 뒤 가로로 잘라 사용한다. 이 술은 2주가 지나면 재료를 건져낸다. 이후 2개월간 더 숙성시킨 뒤 마시면 좋다. 딸기술 안주로는 쫀득쫀득하면서 향이 적고 담백한 브리, 카망베르 치즈를 먹으면 좋다.
레몬은 비타민B, C가 풍부하다. 레몬 껍질 속 ‘헤스페리딘’이라는 물질은 원기회복과 해열을 도와주며 인후통과 기침을 진정시킨다. 피부 미용에도 좋아 여성들이 마시면 좋다. 레몬 2kg 정도(적당한 크기의 레몬 12개)를 30도 술 5L에 넣으면 된다.
이때 주의할 점은 레몬 껍질을 벗겨 알맹이를 넣어야 한다는 점이다. 껍질은 솔로 잘 닦은 것을 3개 정도만 넣는다. 3일이 지나면 껍질을 건져낸 뒤 밀봉해 서늘한 곳에서 1개월간 숙성시키며 1개월 뒤에는 레몬도 건져낸 뒤 마신다. 레몬술은 봄철 잃기 쉬운 입맛을 회복하는 데 좋다. 골뱅이무침 등 매콤한 안주가 어울린다.
오미자는 말 그대로 신맛, 단맛, 매운맛, 쓴맛, 짠맛의 5가지 맛이 나는 열매다. 한방에서는 오미자를 자양 강장제로 사용한다. 폐를 보호해 주기 때문에 기침, 가래, 만성기관지염 등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미자 300g(말린 오미자는 200g)을 35도 술 1.8L에 넣어두면 하루만 지나도 붉은색이 확 돈다. 알갱이가 술 마시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삼베 보자기에 싸서 넣으면 좋다. 2개월이 지나면 건더기를 걸러내고 술만 3∼6개월 더 숙성시킨다. 신맛이 강하게 느껴질 땐 꿀을 넣어 마셔도 좋고 얼음을 넣어 시원하게 마시면 일품이다. 안주로는 육류가 잘 어울린다.
희고 탐스러운 꽃 먼저 탁 터뜨린 뒤 잎이 피는 목련은 술을 담그기 위해서는 이른 봄에 꽃봉오리를 채취해 써야 한다. 통상 담금술에는 붉은 목련은 쓰지 않는다. 두통, 코 막힘, 현기증을 다스리는 효과가 있다. 꽃을 너무 많이 넣으면 흑갈색이 되고 향기가 진해 마시기 어렵다. 역시 술 대 꽃의 비율을 3 대 1 정도로 한다. 꽃봉오리는 살짝 씻어 그늘에서 물기를 말려 사용한다. 2∼4개월이 지나면 재료를 체에 밭쳐 거른다. 술이 탁하다면 냉장고에서 하루 이틀 보관해 찌꺼기를 침전시킨 뒤 맑은 부분만 마신다. 안주로는 담백한 생선이 제격이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담금 전용술 판매급증…알콜도수 높고 당분 함유돼 담그기 편리▼
하지만 최근에는 소주 도수가 19.5도까지 내려가면서 담금술로는 적당하지 않다. 재료의 수분까지 고려하면 25도는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술을 담가 먹는 사람들이 늘면서 요즘은 아예 담금 전용술이 나와 있다. 국순당L&B의 ‘담금세상’, 진로의 ‘참이슬 담근술’, 무학의 ‘빅소주’, 두산의 ‘그린’, 보해의 ‘큰소주’, 선양의 ‘고순도 담금주’ 등 10여 개의 주류회사가 담금 전용술을 내놓았다.
이 가운데 진로와 국순당이 1등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최근 담금술 동호회가 생길 정도로 담금주 인기가 상승하면서 브랜드들은 소비자가 자신만의 비법으로 만든 담금술을 공모하는 콘테스트를 여는 등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대한주류공업협회에 따르면 담금 전용술은 2005년 590억 원에서 지난해 757억 원으로 크게(28.3%) 늘었다. 같은 기간 맥주는 8%, 소주는 9% 증가한 데 그쳤다.
담금술 시장의 성장은 주류시장에도 보다 능동적인 소비자인 ‘아이덴슈머’가 나타났다는 신호로 보는 해석도 있다. 제품의 가치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소비자라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건강을 생각하는 능동적인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담금술 시장도 훨씬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담금 전용술은 술에 아예 과당이나 올리고당이 들어있어 설탕을 따로 넣을 필요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재료별로 담가 두는 기간만 잘 지키면 적당하게 맛나는 담금술을 만들기 쉽다.
소주나 맥주 같은 ‘기성품’과 달리 나만의 취향을 살릴 수 있는 ‘맞춤제품’인 담금술은 재료, 밑술, 용기 사용에 따라 맛과 효능이 달라진다. 특히 재료를 우려내기 위한 밑술 선택이 중요하다. 과일, 한약재 성분을 잘 추출하려면 25∼30도의 고도주를 고르는 게 좋다.
특히 요즘 나오는 담금 전용술들은 1.8∼5L짜리로 플라스틱병 입구를 넓게 만들어 과일이나 꽃 등 재료를 그대로 담가 먹기 좋게 돼있다. 회사원 김민정 씨는 “과일이나 한약재로 직접 담금술을 만들어 둔 뒤 친구들을 초대해 함께 마신다”며 “맥주보다 칼로리가 낮아 건강에도 좋고 운치가 있다”고 말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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