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물의 절묘한 물높이는 사랑하는 당신의 눈물의 무게와 비유된다. 사랑하는 사람의 눈에 괸 눈물은, 그 자신의 무게와 중력의 법칙에도 불구하고 흐를 듯 흐르지 않는다. 흐를 듯 흐르지 않는 순간의 눈물이야말로, 우주의 아름다움을 다시 창조하는 못물처럼 그렇게, 무언가를 만들어낼 것이다. 다만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눈물은 참담한 아름다움을 내게 보낸다.
당신이 내게 보내는 것, ‘혼백만 남은 미루나무 잎사귀’와 ‘어지러운 바람’은 못물에 담긴 이미지들처럼, 고요하고 부드럽지는 않다. 죽은 나무의 잎사귀와 어지럽게 부는 바람은, 당신 눈물 속의 불안, 당신이 발견한 나의 견딜 수 없는 시간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눈물의 무게는 당신과 내가 나누어 갖는 불안의 무게이다. 박재삼은 한국어의 질감과 그리움의 서정에 놀랍도록 예민한 감각을 가졌던 서정 시인이다. 그가 발견한 당신 눈물의 글썽임은, 흘러넘치지 않아서 오히려 나를 못 견디게 하는, 어쩌지 못하는 사랑의 신호이다.
이광호 평론가·서울예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