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의 헨리 아펜젤러(1858∼1902) 목사 부부와 장로교의 호러스 언더우드(1859∼1916) 목사가 일본에서 미쓰비시 선박회사의 증기선을 타고 39일간의 여정 끝에 인천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날 제물포항에는 비가 부슬부슬 내렸고, 항구 잡역부들이 짐을 들고 항구 근처에 있던 초라한 호텔로 선교사들을 안내했다.
한국에서 ‘복음의 씨’를 처음 전파한 이날을 기념한 ‘제물포 선교문화축제’가 5일 제물포항 일대에서 처음 열린다. 34개 교회로 구성된 ‘기독교대한감리회 인천서지방위원회‘가 주최하고 중구가 후원한다.
○ 기독교 전파 역사의 현장
매립으로 인해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제물포항 길목(월미도 입구)에는 높이 17m의 ‘한국 기독교 100주년 기념탑’이 있다. 아펜젤러와 언더우드 목사가 전도를 위해 한국에 도착한 것을 기념하고자 1986년에 세워졌다.
아펜젤러 목사는 제물포항에 도착한 뒤 그해 7월 29일 처음 예배를 주관했다. 이후 중국에서 활동했던 프랭클린 올링거 선교사가 1890년 오두막 예배당인 내리교회를 세웠다.
제물포항이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인 중구 내동에 자리 잡은 내리교회는 1901년 12월 25일 십자가 형태의 서양식 교회당으로 탈바꿈된다. 그러나 이 건물은 1959년에 헐렸고, 조만간 인천시 지원으로 복원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영국 국교인 성공회는 1890년 인천을 통해 한국에 전파됐다. 당시 8월 영국 해군 종군 신부였던 존 코페 주교와 선교사 엘리 랜디스가 인천에 도착한 뒤 건립한 성미가엘 교회가 내동교회다.
6·25전쟁 때 소실됐다 1956년 복원됐고, 인천시 유형문화재 제51호이다.
프랑스 파리 외방선교회 소속 조셉 빌렘 신부가 내리교회 길 건너편에 답동성당을 1897년에 지었다. 고딕식 단층건물인 이 성당은 1937년 외곽에 벽돌을 쌓아 올린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증축됐고, 사적지 제287호로 지정돼 있다.
○ 강연회-공연 펼쳐져
한국 개신교회의 모교는 1887년 9월과 10월 서울의 ‘외국인 연합교회’에서 각각 갈라진 장로교의 서울 새문안교회와 감리교의 서울 정동교회를 꼽는다.
아펜젤러 목사는 이보다 2년 전 이미 인천에서 예배를 보고 복음을 전파했다.
교회 사학자들은 제도적 교회가 시작된 곳을 서울로 보지만, 선교의 출발지로는 인천을 꼽는다.
내리교회 김흥규 목사는 “봉건체제를 타파하려는 갑신정변(1884년) 여파로 선교사들이 신변 안전을 위해 외국 공관이 몰려 있는 서울 정동에 자리 잡았다”며 “내리교회 주변에 45일간 머물렀던 아펜젤러 목사가 한국에 처음 선교의 씨앗을 뿌렸다”고 말했다.
아펜젤러 목사와 같이 제물포항에 들어왔던 언더우드 목사는 입항한 당일 서울로 올라갔다.
5일 오후 한국 기독교 100주년 기념탑과 내리교회에서 열리는 선교문화축제에서는 이 같은 내용의 강연회가 열린 뒤 문화공연이 펼쳐진다.
군악대와 사물놀이패의 거리공연과 선교사 입항 재현 행진, 뮤지컬, 인형극, 비보이 힙합, 국악관현악 공연을 선보인다.
주공연장은 내리교회다. 신도는 물론 일반인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032-762-7771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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