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파머 라루는 나이를 먹는 게 기쁘지 않다. 물론 드디어 빈즈 일당이 자기를 친구로 삼아 준 건 신이 났다. 담배꽁초를 생일선물로 주긴 했어도 어쨌든 자길 ‘한편’으로 인정해 줬으니까. 하지만 열 살이 되면…. 끔찍한 일이 기다리고 있다.
파머가 몸서리치는 건 ‘마을 축제’ 때문이다. 모든 마을 사람이 즐기는 가족 축제. 그중 ‘비둘기의 날’은 전국에서도 유명한 코스다. 비둘기 5000마리를 날리고 사수 수백 명이 총을 쏜다. 마을 전통에 따라 사내 아이들은 총에 맞은 비둘기를 줍는다. 행여 상처만 입고 떨어진 비둘기는? 주운 아이가 직접 목을 꺾는다. 파머도 열 살이 되면, ‘링어(wringer·비트는 사람)’가 돼야 한다.
그렇다고 겁쟁이가 될 순 없는 노릇. ‘오렌지색 눈망울’ 비둘기를 죽이는 것도 싫지만 따돌림은 더 싫다. 소꿉친구 도로시도 배신해 천방지축 장난꾸러기들과만 어울린다. 그게 사내니까, 그게 이 마을 관습이니까. 또 다른 전통인 ‘생일빵’까지 참아내며 ‘스너츠(snots·코딱지)’란 별명까지 얻은 파머. 그런 어느 날, 창가에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와 앉는다….
이 책은 전형적인 성장소설이다. 주인공 파머는 그저 비둘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아이다. 하지만 마을은 축제라는 이름으로, 전통이란 명목으로 새를 마구잡이로 사살한다. 어른뿐이 아니다. 아이도 생명을 앗아야만 마을 일원으로 대접받는다. 파머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나.
소설 소재가 독특하긴 해도, 사실 청소년 대부분이 이런 ‘통과의례’를 겪는다. 때론 사회적 관습에 따라, 때론 부모나 교사의 강요로 인해. 그게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 배운다. 누구나 다 거치는 일이니 참아 내라고. 두려워도 이겨 내는 게 어른이라고. 그러나 저자는 묻는다. 정말 그게 ‘진짜’ 어른이냐고.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한다. 답은 명확하다. 남들 다하는 핏빛 싸움에 물들지 말고 자아를 찾아라. 자기 내면에 귀 기울이라고 말한다. 물론 그게 정답이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인 경우가 아닌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일까. ‘…해야 한다’ ‘…해선 안 된다’며 수많은 족쇄가 아이들을 얽매고 있는 건 아닌지. 아이보다 어른에게 이 책을 더 권하고 싶은 이유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