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극작품 가운데 하나다. ‘햄릿’을 읽거나 보지 않았어도 내용을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왕인 아버지를 독살한 삼촌, 그 삼촌과 결혼한 어머니에게 복수하려다 죽고 마는 덴마크 왕자 햄릿의 이야기는 줄거리가 그리 복잡하지도 않다.
하지만 한국 연극평론 1세대이자 고려대 명예교수로 오랫동안 ‘햄릿’을 강의해 온 저자는 말한다. “‘햄릿’은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캐릭터의 내면, 모호한 사건의 불투명성이 드러나는 작품”이라고.
저자는 이 수수께끼 같은 작품을 영문학 전공자뿐 아니라 관심 있는 독자들과 함께 깊이 있게 읽고 싶은 생각에서 이 책을 펴냈다. 햄릿에 대한 비평가, 철학자, 문인들의 다양한 해석을 곁들여 플롯 전개에 따라 5막의 햄릿을 꼼꼼히 살폈다.
이 책을 통해 햄릿의 판본이 세 종류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셰익스피어 생전에만 서로 다른 판본이 2개가 나왔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가장 먼저 출판된 판본은 극단 허락 없이 출판된 표절본이고 두 번째로 나온 판본이 표절본을 바로잡기 위해 낸 정본이다.
저자는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로 시작되는 3막 1장의 유명한 독백처럼, 햄릿의 내면과 말투에는 복수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자신을 찾아온 망령이 천국에서 왔는지 지옥에서 왔는지 양자택일하지 못하는 의문과 아이러니가 담겨 있다고 말한다.
또 “사느냐, 죽느냐…”의 독백이 ‘햄릿’에서 가장 유명한 부분이지만 정작 독백의 위치가 극 전개상 애매한 곳에 있다고 지적한다. 독백이 시작되기 전 2막 끝에서 햄릿이 아버지를 죽인 왕 클로디어스에 대한 복수를 결의하고 그가 진짜 아버지를 죽였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극까지 상영하기로 결심한 직후, 사느냐 죽느냐의 명상조 독백을 하는 것이 플롯 전개상 매끄럽지 않다는 것. 이런 모호성이 ‘햄릿’을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텍스트로서 ‘햄릿’뿐 아니라 공연과 영화 등 텍스트가 무대에서 어떻게 해석됐는지까지 소개한 것도 이 책의 특징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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