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화려한 패션지 뒤의 비루한 내 삶이란…‘스타일’

  • 입력 2008년 4월 5일 02시 55분


◇스타일/백영옥 지음/336쪽·1만 원·예담

아침은 담배로 때우고 점심은 커피로 대충 건너뛰며 저녁은 폭식한다. 예금도, 보험도, 그 흔한 펀드 하나도 없다. 배우 한 사람 인터뷰하려고 1년을 발 벗고 뛰어야 한다. 이를 갈면서 네 번째 사표를 쓰려는 참이다. 이게 패션지 기자 8년차의 삶이다.

제4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장편 ‘스타일’은 우리 문학에서 좀처럼 다뤄지지 않았던 직업의 세계를 담는다. 소설에서 마주하는 것은 무엇보다, 화려할 것 같은 패션지 기자의 ‘막노동꾼’ 같은 적나라한 일상이다. 그 일상의 본질은 ‘내가 일하는 곳은 스테이크보단 제대로 찍은 스테이크 사진이 더 중요한 (…) 외면이야말로 내면을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신봉하는 곳’이라는 기술에 담겨 있다.

소설의 생생한 묘사는 패션지 ‘하퍼스 바자’에서 일했던 작가 백영옥(34) 씨의 직·간접적인 경험에 힘입은 바 크다. 후배의 공을 가로채려는 선배, 비굴하고 치졸한 섭외 현장 같은 대목들이 그렇다.

치크리트(chick-lit·20, 30대 여성의 일과 사랑을 다룬 소설) 특유의 감각적인 문체로 작가는 30대 싱글 여성의 바쁘고, 고단하고, 괴롭기도 하지만 때때로 희열에 차기도 하는 삶의 모습을 그려낸다.

이서정과 ‘엮이는’ 남자 박우진의 숨겨진 과거가 드러나는 과정, 이서정이 만나고 싶어 하는 인터뷰이 ‘닥터 레스토랑’의 정체가 밝혀지는 과정 등 추리소설의 구조가 더해져 책은 속도감 있게 읽힌다. 주인공 이서정이 ‘연애 모드’로 들어서면서, 시종일관 유지됐던 경쾌한 호흡 대신 갑자기 진지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것은 아쉬운 부분. 심사위원들은 “이 시대의 피상성, 깊이 없음을 쿨하게 잘 형상화했다”고 평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