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도 화제다. 그런데 화제의 성격이 좀 다르다. 바로 출판사가 바뀌었다는 사실. 자신의 책 대부분을 출간했던 푸른숲 출판사가 아니라 신생 출판사인 오픈하우스에서 낸 것이다. 오픈하우스의 대표는 인터넷 서점 YES24의 대표를 지낸 정상우 씨. 지난해 정 씨가 발행하던 잡지에 공 씨가 글을 연재했던 인연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한 출판사에서 거의 전속처럼 책을 내던 베스트셀러 저자가 다른 출판사에서 책을 내면 그것 자체로 화제가 된다. 인기 작가 김훈 씨도 그런 경우다. 김 씨의 소설과 에세이는 거의 생각의나무 출판사에서 나왔다. 그런데 지난해 봄 학고재 출판사에서 김 씨의 소설 ‘남한산성’이 나왔다.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로 등극해 장안의 지가를 올렸다. 어떻게 생각의나무가 아니라 학고재에서 나왔을까, 사람들은 궁금해했다.
김 씨와 학고재 주간의 깊은 인연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물론 김 씨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학고재 주간의 노력도 간과할 수 없다.
출판계에선 책 잘 팔리는 유명 저자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이러한 경쟁은 너무나 당연한 일. 하지만 돈과 연결되다 보니 늘 이런저런 말이 오간다.
“어느 출판사가 공들여 지원하고 육성한 저자를 다른 출판사가 얄밉게 가로채는 경우가 있죠. 어려운 여건에서 이런저런 마케팅을 통해 저자의 인지도를 높였는데, 그런 저자를 데려간다면 문제가 많은 것 아닌가요?”
“잘나가는 저자가 평생 자기네 출판사 사람일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것도 문제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새로운 기획을 이끌어 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을 게을리 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 봐야 합니다.”
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도 논란이 되는 것은 출판사들의 경제적 사정이 대부분 열악하기 때문이다. 김영범 북새통 대표는 출판사와 저자 간의 신의와 공존을 강조한다.
“사실 저자에게 돌아가는 8∼10%의 인세는 적은 비율이 아닙니다. 최근 책값을 할인해 파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아진 것입니다. 어려운 여건에서 저자를 지원했는데 그런 저자들이 그저 돈 때문에 다른 데로 옮긴다면 출판사 측으로선 화날 만하죠. 물론 출판사도 늘 긴장하고 노력하고 저자에 대한 예우를 갖춰야 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신의와 공존입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일지 모르지만, 당연한 것이 진리 아닐까요.”
저자가 이미 나온 책을 다른 출판사로 옮겨 출간하는 경우도 있다. 원로 작가 박경리 씨의 대하소설 ‘토지’가 대표적이다.
1973년 문학사상사에서 처음 단행본으로 나온 뒤 삼성출판사, 지식산업사, 솔 출판사, 나남 출판사로 옮겨갔다. 그 과정에서 돈을 둘러싼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돈 그 이상의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여러 출판사의 판본으로 바뀌면서 출판사 편집자들이 임의로 작품에 손을 대는 바람에 소제목과 내용의 일부가 바뀌거나 첨삭된 일이다. 소설의 원 텍스트가 훼손된 것이다.
출판사를 옮기는 과정에서 돈 문제로 상처받는 것도 아쉬운 일이지만 책의 내용이 훼손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출판사든 저자든 ‘신의와 공존’, 그 평범한 진리를 되새겼으면 한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