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노와 레터맨의 쇼 프로그램에서 숱한 조롱의 대상이 되어왔을지는 모르나, 바이오스피어2에 들어간 여덟 명의 남녀는 자신들이 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지켰다. 이들은 세계 최대의 테라리움 안에 들어가 갇힌 채 2년을 보냈고,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 생태학 연구에 기여를 했다.”
바이오스피어2(Biosphere2).
1993년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과학 톱10’에 7번째를 차지한 이름. 지구 생태계를 이르는 바이오스피어를 따라 이름 지은 인간이 만든 두 번째 자연계. 외부 세계와 공기 한 점까지 막은 채 인간이 생활한 유리 온실이다.
1.275ha(1만2750m²)의 가상 지구는 들어가는 과정도 힘들었다. 강도 높은 테스트를 반복적으로 거쳤다. 낡은 연구용 선박에 몸을 싣고 바다를 헤쳤다. 더울 땐 48도까지 올라가는 오스트레일리아 오지 콴번에서도 생활했다. 끝없는 노동과 훈련, 무엇보다 고립감과 싸웠다. 평범한 영국 처녀에서 미래 지구를 구할 여전사가 되는 길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어렵사리 들어간 바이오스피어2의 생활은 상상 이상이었다. 3800여 종의 식물과 동물을 넣고 열대우림과 사바나, 습지에 사막까지 만들어 놓은 내부는 해야만 하는 일이 넘쳤다. 생태계는 자꾸만 어그러졌고, 산소 수치는 조금만 소홀히 해도 떨어졌다. 오전 6시경에 일어나 저녁에 잠들 때까지 쉴 틈이 없었다. 그들이 나오고 한참 뒤에 밝혀졌지만 자연계가 ‘아귀’가 맞아 들어가는 덴 10년이 걸렸다.
하지만 진짜 고난은 ‘인간’에게서 비롯됐다. 시작 이전부터 언론과 과학계는 사기니 뭐니 신경을 긁어댔다. 외부 통제 팀과도 자꾸만 불협화음이 일어났다. 그리고 뭣보다, 그렇게 잘 뭉치고 화합하던 대원들이 패가 갈렸다. 겨우 여덟 명이 서로를 못 잡아먹어 으르렁댔다.
“공기가 당장에라도 점화되어 폭발하면서 불꽃으로 타오르게 될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었다. 우리는 방심하지 않았고,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었으며, 등 뒤를 조심하고 있었다. (…) 신체적인 상해를 입히는 일만은 간신히 피할 수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경멸했다.”
‘인간실험…’은 과학에 관한 이야기지만 과학책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과 자연의 본성에 대한 통렬한 보고서다. 언젠가 ‘진짜’ 바이오스피어를 세워야 할 때가 온다면, 기술보다 더 신경 쓸 것은 바로 ‘갇힌 인간’의 본성이었다. 저자가 “객관적 관점을 유지하려” 10년이 흐른 뒤에 썼음에도 종종 평정을 잃는 것도 그런 맥락으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2억5000만 달러짜리 실험은 가치 없는 일이었단 말인가. “성공으로 보건 실패로 보건, 어느 쪽도 오류를 범하게 된다. 그런 태도는 그 작은 세계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우리의 주의를 정말 중요한 것에서 돌리게 만든다. 중요한 것은 황당한 꿈을 꾸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미친 듯이 일하는 것은 영웅적 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꿈은 실패가 없다. 꿈꾸길 포기하는 실패가 있을 뿐. 원제 ‘The Human Experiment’(2006년).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8일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 탄생을 앞두고 이번주 출판계에도 우주인 관련 책이 많이 쏟아졌다.
미래 우주기지를 위한 실험을 다룬 ‘인간실험…’ 이외에 ‘우주비행, 골드핀을 향한 도전’(풀빛)도 눈에 띄는 책.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최초의 우주왕복선 팀에 선발돼 3번이나 우주여행을 거친 마이크 멀레인의 자서전이다. 여기서 골드핀은 우주선을 타고 상공 80.45km 이상 올라간 이에게 주는 명예 배지다.
같은 저자가 쓴 ‘우주비행사가 들려주는 우주여행 설명서’(한승)도 출간됐다. 우주비행에 대한 궁금점을 500개 Q&A로 정리했다. NASA 연구원 출신인 물리학자 닐 코민스가 쓴 ‘우주여행 상식사전’(뿌리와이파리)도 함께 나왔다.
청소년 책도 있다.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인 유리 가가린의 자전적 에세이 ‘지구는 푸른빛이었다’(갈라파고스)도 우주여행의 감동을 전해준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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