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614년 포카혼타스, 영국인과 결혼

  • 입력 2008년 4월 5일 02시 55분


1607년 5월, 100명 남짓한 영국인이 북미 대륙에 도착했다. 그들은 지금의 버지니아 주 제임스 강 근처에 터를 잡고 ‘제임스타운’으로 이름 붙였다. 메이플라워호의 미국 도착보다 13년 앞선 일이다.

이 시기의 신대륙 개척사에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 유명한 사람이 인디언 처녀 포카혼타스다. 그녀의 이름은 1995년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를 통해 세계에 알려졌다.

하지만 영화의 내용은 상당 부분 사실과 다르다. 포카혼타스가 영국인 선장 존 스미스와 사랑에 빠진다는 뼈대 자체가 허구다. 이 영화뿐 아니라 포카혼타스에 대해 전해져 오는 이야기에는 사실과 허구가 뒤섞여 있다.

그 가운데 사실로 인정되는 내용들만 보자면 ‘포카혼타스 이야기’는 대략 이렇다.

영국인 스미스는 탐험 도중 포와탄 추장이 이끄는 인디언들에게 붙잡힌다. 스미스가 처형당하기 직전 포와탄 추장의 딸 포카혼타스가 몸을 던져 이를 막는다. 이를 계기로 포카혼타스는 제임스타운을 자주 방문했고, 영국인들에게 먹을거리를 가져다주기도 하면서 친분을 쌓았다. 그러던 중 스미스는 사고로 화상을 입고 영국으로 돌아갔다.

1613년 포카혼타스의 인생을 뒤바꿔 버리는 일이 벌어진다. 새뮤얼 아갈이라는 영국인 선장이 포와탄 부족에게 붙잡혀 있던 영국인들을 빼내려 포카혼타스를 인질로 억류한 것이다.

포카혼타스는 인질로 있는 동안 영어와 영국인의 생활방식을 배웠고, 기독교도 접했다. 그 와중에 담배 생산업자 존 롤프와 사랑에 빠졌다. 포와탄 추장은 딸을 구하기 위해 영국인들을 풀어줬지만 포카혼타스는 돌아가지 않았다. 그는 기독교로 개종하고 이름을 레베카로 고친 뒤 롤프와 결혼식을 올렸다.

아들 토머스를 낳은 두 사람은 1616년 영국으로 건너갔다. 영국인들은 그를 ‘인디언 공주’로 부르며 환대했다. 1617년 포카혼타스는 가족들과 버지니아로 돌아가려고 항해를 준비하던 중 병으로 사망했다.

포카혼타스가 영국에 머물던 시기의 행적은 제대로 기록됐을 법하지만 이마저도 설이 분분하다. 사망 원인이 천연두인지 폐렴인지 확실치 않고, 영국 왕을 만났다는 주장과 아니라는 반박이 함께 제기됐다.

그런 가운데도 모두들 공통으로 인정하는 게 있다. 포카혼타스와 롤프의 결혼으로 한동안 영국인 정착민들과 인디언들 사이에 평화가 유지됐다는 평가다. 두 사람이 1614년 4월 5일 결혼했다는 것도 대체로 일치하는 사실이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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