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술에 취해 쓰러진 청년을 데려다 주려고 번쩍 업은 봉순 씨는 스킨십을 경험한다. ‘찌릿’했다. 청년을 방에 눕힌 봉순 씨는 급기야 마음이 확 동한다.
아줌마에게도 욕망은 있다. 20, 30대 젊은 아줌마 말고 장년층도 마찬가지다. ‘주책’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대부분의 아줌마는 욕망을 누르며 살아가지만.
독립영화계의 스타였던 오점균 감독은 이 영화에서 50대 이상 아줌마의 욕망에 주목했다. 그는 아줌마의 욕망이 승리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특히 인간으로서의 본성을 참으며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온 열녀 아줌마, 효부 아줌마들에게 대리만족을 주고 위로해주고 싶었단다.
영화에서 봉순 씨는 남편과 한이불 속에서 자다가 갑자기 소리친다. “미안해 여보, 나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어.” 사랑에 빠진 봉순 씨의 얼굴은 뽀얗게 피어오른다. 행복해 보인다. 어쩌면 살아온 세월의 깊이만큼 사랑도 더 잘할지 모르겠다.
여느 드라마 속에서 불륜의 끝은 파멸이다. 영화에서 ‘젊은 남자와 놀아난’ 30, 40대 유부녀들은 ‘정사’처럼 이혼을 당하거나, ‘해피엔드’처럼 살해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영화의 결말은 봉순 아줌마뿐 아니라 모든 동네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오 감독은 박진표 감독의 화제작 ‘죽어도 좋아’(2002) 이전에 단편영화 ‘단풍잎’(1998)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육체관계를 다루었다. 그는 나이와 상관없이 모든 인간에게 그런 욕망이 있고, 그것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에게 공감을 표하며 전화를 끊었다. 망설이다가 다시 전화를 걸었다. 첫 통화에서 마음속으로 계속 궁금했던 것을 묻고야 말았다. “감독의 어머니나 부인이라도 괜찮겠느냐?”고.
“뭐…처음에는 가정을 지키라고 하겠지만 나중엔 도와줄 것 같은데요. 일생에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기회는 몇 번 안 되잖아요.”(오 감독) “…도인(道人)이시네요….”(기자)
아줌마의 욕망에 지지를 보내며 곰곰이 생각했다. 내 가족의 일이라면 어떨까.
“엄마, 주말에 ‘경축! 우리 사랑’ 보여드릴게, 그냥 ‘대리만족’하심 안 되나요?”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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