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395>酒到醒時愁復來, 書堪咀處味逾久

  • 입력 2008년 4월 11일 02시 59분


酒(주)의 오른쪽 부분 酉(유)는 술을 빚는 그릇의 모양을 나타낸 글자로 술이 그 본뜻이다. 따라서 酉(유)가 부수인 글자들은 거의 술과 관련이 있다. 到(도)는 도달하다의 뜻이다. 醒(성)은 醉(취)한 상태로부터 깨어나는 것이 본뜻이며, 잠에서 깨어나다 또는 깨닫다의 뜻도 있다.

愁(수)는 시름이나 근심이다. 復(부)는 復興(부흥)이나 復活(부활)에서처럼 부사로서 다시의 뜻이 있다. 동사이면 독음이 ‘복’이 되며 往復(왕복)에서처럼 되돌아오다의 뜻, 復元(복원)에서처럼 회복하다의 뜻, 復讐(복수)에서처럼 갚다의 뜻, 反復(반복)에서처럼 되풀이하다의 뜻이 있다.

堪(감)은 견뎌내다 또는 할 수 있거나 할 만하다는 뜻이다. 堪耐(감내)는 참고 견딤을, 堪當(감당)은 맡아서 잘 해냄을 뜻한다. 咀(저)는 씹다 즉 저작(咀嚼)하다의 뜻이다. 맛을 보거나 뜻을 음미하다의 의미도 있다. 堪咀處(감저처)는 씹을 만한 곳, 즉 음미할 만한 부분을 가리킨다. 味(미)는 맛 또는 의미나 재미를 뜻한다.

逾(유)는 넘다 또는 건너가다의 뜻이다. 逾禮(유례)는 예법을 어김을 뜻하고 逾月(유월)은 달을 넘김을 뜻한다. 여기서처럼 한층 또는 더욱의 뜻으로 확대되었다. 久(구)는 사람을 버티게 하는 것을 나타낸 글자이다. 본뜻인 버티다에서 기간이 오래되다 또는 변치 않고 오래가다의 뜻이 나왔다.

술은 治愁藥(치수약)이라고도 하지만 때로는 역효과도 나고 부작용도 있다. 그러나 책은 체중을 불리지도 않고 아주 소비되지도 않으면서, 때로는 상큼하고 신기한 맛을 주고 때로는 담담하게 오래가는 맛도 선사한다. 淸(청) 陶十璜(도십황)의 ‘買書歌(매서가)’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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